[한경에세이] 회사는 학교다

박설웅 <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이사 swparkyi@sdbiotech.co.kr >

회사 설립 초기,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서 해외영업 업무를 맡길 직원을 채용하려던 때의 일이다. 채용 사이트에서 구직자를 검색하던 중 한 여대생의 자기소개서를 발견했다. 그는 해외 유학을 꿈꾸며 중학생 시절 캐나다로 갔다고 자기소개서에 밝혔다. 캐나다에서 고교 과정까지 마치고 해외 대학에 진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던 것이다. 국내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졸업을 앞두고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자기소개서에 적었다.

그에게 면접을 보자고 이메일을 보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유학을 결정하고, 현실의 벽을 경험하고도 다시 도전에 나서는 이런 직원이라면 훌륭한 해외영업 담당자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면접은 봤지만 그 학생은 몇 번이나 입사 제안을 거절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교사나 굴지의 대기업을 꿈꾸던 졸업 예정자가 직원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중소기업에, 그것도 들어본 적도 없는 화장품회사 해외영업 담당자로 오라는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몇 달에 걸친 연락과 설득 끝에 그 학생은 입사했다. 그에게 그동안 개척한 해외 거래처와 수출입 업무 등 무역 실무를 전수했다. 그 직원은 자연스럽게 무역 전문가로 성장했다. 지금은 화장품회사 직원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대형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이직해 일하고 있다.

또 다른 남자 신입직원의 경우다. 중국에서 유학한 직후 입대한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곧장 우리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중국 바이어와의 점심식사 자리 통역을 그에게 맡겼다. 군 복무를 하면서 중국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탓인지 통역이 자연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낙심할 법도 하지만 이 직원은 중국 온라인 시장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서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읽어내는 전략가로 성장했다. 지금은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회사의 중요한 자원으로 거듭났다.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의 모토가 하나 있다. ‘회사는 학교다’이다. 초급 실무자는 회사업무를 보면서 자신의 지식을 실무에 적용하고 배움의 영역을 확장해가며 성장한다. 신입직원뿐 아니라 경력이 쌓인 직원 역시 본인의 경력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회사는 또 다른 배움의 장, 즉 학교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학교는 등록금을 내고 배우는 곳이라면, 회사는 급여를 받으면서 배우는 또 다른 개념의 학교다. ‘회사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나은 학교,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할 기회를 직원들에게 줄 수 있다면, 직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를 다닌다면, 결국에는 회사도 직원들과 같이 성장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