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 내건 김부겸…"영남서 40% 득표 책임질 것"

민주 당대표 출마 공식선언

당선땐 임기 채우고 대선 불출마
'이낙연 대세론'에 맞서 배수진

"다주택 고위공직자 3개월내 처분
기본소득 중장기적 합의 도출

노무현 前대통령 죽음 내몬
검찰의 행동 잊지 않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뉴스1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영남에서 40%의 지지를 얻어내 (2022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앞서 당권 출마를 공식화한 이낙연 의원(전 국무총리)을 겨냥한 듯 “대표가 되면 2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낙연 겨냥 작심 발언

김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꽃가마를 타는 당대표가 아니라 당원 동지들과 함께 우리가 꾸는 꿈을 시현하고자 호소하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그는 연설에서 “2년간 민주당을 책임지고 이끌 당대표의 엄중한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며 내년 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을 언급했다. 이어 “이번에 뽑히는 당대표는 바로 이 엄중한 민주당 및 민족사의 운명을 가름할 중대한 선거를 책임지고 지휘해야 한다”며 “당대표가 되면 임기 2년을 채워 중요한 고비를 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반드시 돌파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2022년 대선 출마를 위해 적어도 내년 3월에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김 전 의원이 사전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선 “176석 민주당이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이라며 “‘부자 몸조심’하며 대세론에 안주하는 것이 자만이다. 자만은 오만을 낳고, 오만은 오판을 낳고 오판은 국민적 심판을 낳는다”고도 했다.

“영남에서 40% 확보…정권 재창출”

김 전 의원은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차기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배수진’을 친 셈이다. 그는 “제가 당대표가 되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 당의 취약 지역인 영남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40%의 지지가 나오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라며 “대통령선거는 진영 대 진영 대결로 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밀리는 건 대선 전략상 어렵다”고 했다.그러면서 “저는 과거 떨어진 선거에서도 기본적으로 40%의 지지를 받을 만큼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며 “영남에서도 40%를 얻어내면 대선에 어떤 후보를 내보내도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영남에서 300만 표를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입장을 바꾼 이유에는 “대구에서 대선 출마를 이야기한 것은 대구·경북의 지형을 바꿔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약속한 것이고 실제로 준비도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총선 이후 보니 그 약속 때문에 당권에서 멀어져 있기에는 우리 당의 취약 계층에 대한 민심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거론되는 여러 후보 중 제가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당내에서도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낙연 대세론’에도 굴하지 않고 현역 의원 중 재선인 박재호·권칠승 의원과 초선인 정정순 의원 등 10여 명이 김 전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식·고영인 의원 등도 간접적으로 김 전 의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차별화?…논쟁거리도 거침없이

김 전 의원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논쟁적 현안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여온 이 의원과의 차별점을 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당 안팎에서 논란이 큰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치권 인사와 고위공직자들은 적어도 3개월 이내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달라”며 “3개월의 여유를 준 뒤에도 정리를 못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대책으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실수요자 위주의 공급 확대,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 등을 제시했다.

‘대권 잠룡’을 필두로 논의가 촉발된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토론에 들어가 중·장기적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을 주장하기도 했다.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드러내는 과정에서는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전 의원은 “검찰이 국민의 통제를 받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혁돼야 한다”며 “국민은 검찰의 행동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남북한 관계와 관련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즉각 재개하겠다”며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에서) 엄한 시어머니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