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팔아 5000억 차익…너무나 쉽게 돈 챙기는 외국인

현장에서

594만주 배정받아 61% 팔아
상장하자마자 재빠른 수익 실현
개인엔 '쥐꼬리 배정' 역차별

고윤상 증권부 기자

“공모주가 히트할 때마다 외국인은 단기간에 리스크도 거의 없이 많은 돈을 벌어간다. 시장 자율이라지만 국내 기관과 개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SK바이오팜 상장 과정을 지켜본 금융업계 관계자가 9일 한 말이다. SK바이오팜이 상장한 지 6일(거래일 기준)이 지났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바이오팜을 367만5041주 매도했다. 총 7417억원어치다. 공모가가 4만9000원이었기 때문에 공모주를 매각했다면 최소 5000억원 이상을 벌어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외국인은 공모주를 청약해 594만 주를 배정받았다. 이 중 61% 정도를 판 셈이다. 상장하자마자 적극적으로 수익을 실현했다는 의미다. SK바이오팜 공개 청약 과정에서 기관에 할당된 1321만 주 가운데 외국인은 45%를 배정받았다. JP모간, UBS 등 대형 해외 기관들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국내 기관은 95억5100만 주, 외국인은 2억4800만 주를 신청했다. 기관 신청 물량 중 외국인 비중은 2.53%에 불과했지만 받은 물량은 45%에 달했다. 특히 외국인이 받은 주식은 국내 기관과 달리 의무보유확약기간도 걸려 있지 않아 곧장 팔 수 있다.

왜 이런 불균형이 생겼을까. 주관사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해외 기관과 공동주관을 하거나 미리 협약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해외 기관이 공모 과정에 참여한다는 자체로 기업공개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관 배정 물량 중 50% 안팎을 외국인에게 할당하는 게 업계 관행으로 굳어진 배경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해외 기관도 이런 유리한 조건이 있기 때문에 한국 공모시장에 계속 참여하는 것”이라며 “국내 비상장사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업계 자율 결정 사항인 만큼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론은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이사는 “당장은 팔더라도 추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공모주가 히트할 때마다 외국인은 앉아서 쉽게 수천억원을 벌어가는 환경이 되고 있다. ‘신흥국’ 개인투자자의 설움 정도로 표현하면 되는지 모르겠다. 이날 SK바이오팜은 외국인 매도세로 5.30% 떨어진 2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