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우울증은 마음의 병?…뇌가 고장났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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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복숭아를 맛볼 때,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우울하다고 느낄 때,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감동이 밀려들 때, 당신은 전적으로 뇌의 생물학적 기계 부품들에 의존하고 있다. 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의 뇌다.”
에릭 캔들 지음 / 이한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2만4000원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뇌과학자 에릭 캔들은 신간 《마음의 오류들》에서 이성과 감성, 몸과 마음을 나누는 이분법을 거부한다. 그는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각은 뇌 안의 수천억 개 신경세포와 조직 간 전기신호에 따른 명령에서 나온 것”이라며 “컴퓨터가 입력값을 디지털 언어로 변환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라고 설명한다.저자는 그동안 마음의 문제로 치부되던 자폐증, 우울증, 조현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중독 등에 대해서도 “‘고장난 뇌’로 인해 생긴 병”이라고 진단한다. 우선 사회에 존재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전제한다. 폭력이나 살인을 저지르면 안 되고, 타인을 정서적으로 괴롭히면 안 된다는 등의 보편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뇌 부위 중 하나인 ‘베르니케 영역’에 이상이 생기면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실어증 또는 언어 인지 장애 등이 나타난다. 이마앞겉질 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도덕적 판단력을 잃어버린다. 조현병 환자들의 뇌를 살펴보면 주로 이 부분이 손상돼 있거나 병증이 없는 사람들과 다른 형태를 띤다. 치매는 관자엽과 해마 등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여러 부위와 신경회로에서 전반적인 이상을 보인다. 뇌의 보상체계에 활성이 줄어들면 중독에 취약해진다.
저자는 “모든 정신 질환에는 그에 대응하는 뇌의 장애가 있고 인지, 기억, 사회적 상호작용, 창의성 등 우리의 모든 정신 과정에는 그에 대응하는 뇌의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정신의학자는 뇌와 마음을 별개의 실체라고 믿었다”며 “정신의학자와 중독 연구자들은 환자의 감정과 행동의 문제들이 뇌의 신경 회로 기능 이상이나 변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아예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뇌 장애의 생물학에 대해 네 가지 특징을 꼽는다. 첫 번째는 정신 질환으로 신경 회로가 교란되는 양상은 복잡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뇌 장애와 관련된 측정 가능한 지표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표를 통해 심리요법과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심리요법은 곧 생물학적 요법이란 것이다. 뇌에서 일어나는 지속적·물리적 변화가 마음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심리요법의 효과는 경험적으로 연구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식에 관해서는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으며 앞으로 계속 개척해야 할 분야”라고 말한다. 저자는 “뇌의 장애들로부터 우리가 의식에 관해 알아낸 것은 대부분 의식적 과정들과 무의식적 과정들의 상호작용”이라며 “의식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궁극적으로 이해하는 단계에서 이런 상호작용은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뇌 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특별한 능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울증에 시달렸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현병 환자였던 수학자 존 내시 등을 소개하며 “억제가 어느 정도 느슨해져 뇌가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연상을 생성하면서 창의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그는 “정신 질환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이한 마음에 관해 더 많이 알아낼수록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