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삶 산 故박원순…'시민운동 대부' 출신 '최장기 서울시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최초의 3선, 최장기 서울시장의 다음 행보는 '대권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스스로도 최근까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물밑 행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투 신고'가 나왔고 지난 9일 급작스럽게 잠적, 큰 파문이 일었다.

연락 두절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오전 0시30분경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북악산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은 숙정문 인근에서 박원순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고(故) 박원순 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작은할아버지의 양손으로 입양돼 성장했다. 1974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이듬해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유신체제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고 김상진 열사 추모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제적당했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와 영국의 런던 정치경제대학(LSE)에서 국제법을 공부한 고 박원순 시장은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2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임용됐으나 사형 집행 장면을 참관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6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1983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민주화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고 박원순 시장은 시민운동계의 '대부'로 불린다. 그는 1995년의 국내 대표적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결성을 주도해 2002년까지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다.특히 16대 총선이 치러진 2000년에는 부정부패 혐의를 받는 정치인들을 낙선시키는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해 부정부패 정치인 86명의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중 59명은 실제로 총선에서 떨어져 한국 정치사와 시민 동사에서 기념비적 유권자 운동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고 박원순 시장은 2001년에는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어 기부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2006년 정치·사회 분야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를 설립해 상임이사로 활동하며 지방자치단체장 및 운동권 출신 의원들과 인연을 맺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은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 공석이 된 서울시장직 재보궐선거에 출마, 53.4%의 득표율로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46.2%·왼쪽)을 누르고 당선됐다./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 입문한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 공석이 된 서울시장직 재보궐선거에 출마, 53.4%의 득표율로 한나라당(미래통합당 전신) 후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46.2%)을 누르고 당선됐다.무소속으로 출마한 고 박원순 시장은 지지율과 인지도가 낮았지만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양보로 단일화,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단번에 정치권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이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 입당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도전해 시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선거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의 경쟁이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진보 진영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던 상태로 고 박원순 시장은 직전 선거보다 2.6%포인트 더 높은 56.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비정규직 정규직화, 청년수당, 도시재생,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원전하나줄이기, 노동이사제 등의 정책을 펼쳤다. 아울러 비공개 문서를 제외한 행정문서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정보소통광장 인터넷 서비스도 시작했다.
고 박원순 시장(오른쪽)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자 대선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왼쪽)을 공개 지지하며 불출마로 입장을 바꿨다./사진=연합뉴스
고 박원순 시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자 대선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며 불출마로 입장을 바꿨다.

2018년 서울시장 3선에 도전, 58.2%의 득표율로 첫 '민선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해 시장직을 수행해왔다.

시민운동의 상징에서 최장기 서울시장이 됐고, 다음 정치적 행보는 대권 도전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였던 그는 그러나 부하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한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일거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고 박원순 시장은 9일 종적을 감춘 뒤 10일 생마저 마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커다란 충격파와 함께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1974년 경기고 졸업 △1975년 서울대 사회계열 중퇴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1982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 △1983년 변호사 개업 △1985년 단국대 사학과 학사 △1995~2002년 참여연대 사무처장 △2001~2010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2006~2011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2011~2020년 7월 제35·36·37대 서울시장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