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로 '가상현실 피로' 증후군…몰입 기술 개발해야"

인텔, 코로나19 극복위해 5000만달러 규모 '기술이니셔티브' 기금 마련
가상환경 개선.원격교육.개인정보 보호.병원체 감시 연구 지원
인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가상환경 개선, 원격 교육, 개인정보 보호, 병원체 감시 등 4대 분야에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9일 인텔에 따르면 인텔 산하 기술연구소 인텔 랩은 이들을 핵심 과제로 잡고 인텔의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텔 랩은 뉴로모픽, 양자컴퓨팅 등을 통해 데이터의 이동, 연산, 보안과 관련된 병목현상 및 장벽을 해결하는데 주력해온 조직이다. 리치 울리그 인텔 랩 매니징 디렉터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가상 업무, 교육은 일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기술 혁신과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인텔은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업체다.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기도 한다. 지난 4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술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5000만달러(약 604억7500만원)를 내놨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연구와 원격 교육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국내 인공지능 의료 진단기술 중소기업인 ‘제이엘케이’도 이 프로그램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자금과 기술 지원을 받고 있다.

'가상피로(Virtual Fatigue)' 증후군은 인텔이 첫번째 해결과제로 주목하는 현상이다. 자가격리, 원격근무 등으로 가상 접속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한다. 울리그 디렉터는 "몰입감을 높여주는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기술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디오 채팅,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의 기반이 되는 라이브 스트림 솔루션에 인텔의 멀티 카메라 스트림 기술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그는 "인텔은 민족학적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시선, 몸짓, 자세·신체 위치, 발언, 행동 등 여러 신호를 이용해 공유된 영역과 초점을 설정하고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맥락을 구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카메라 어레이 기술, 컴퓨터 음향학, 멀티 모달 신호를 이용해 사람의 여러 신호의 의미를 파악해 모든 가상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과 인지부하를 줄이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원격 교육도 기술적 개선 과제가 많은 분야다.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온라인 환경에서도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이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인텔 랩은 '엠비언트 컴퓨팅'을 원격 교육에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상대와 이용자의 주변환경이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교류할 수 있도록 돕고 몰입경험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울리그 디렉터는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활동, 발표, 움직임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는 기술이 필수"라며 "학생과 교사들의 조작과 물리적인 상호작용이 효과적인 수학학습이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환자 및 인구 건강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 과학, 의료에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하는데 인공지능(AI)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다양한 저장소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인텔랩이 펜실베니아대학교 등과 진행한 뇌종양 조기발견을 위한 연합연구에서도 가장 주력한 부분이기도 하다. 울리그 디렉터는 "위치 기반 및 근접 탐지 방법을 사용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동선 파악을 위해 인텔소프트웨어 가드 확장(SGX)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체 감시 연구에는 인텔 옵테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사스, 코로나 등 새로운 병원체가 나타나면 기존의 미생물과 비교하기 위해 전체염기서열분석 등의 기법으로 병원체의 성질을 파악하고 돌연변이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테 데이터베이스가 빠르게 증가하고 각 샘플과 비교하는 과정이 수백만번 넘게 이루어진다. 울리그 디렉터는 "CPU와 메모리가 합쳐져 처리 속도를 높이고 전력 효율성이 좋은 옵테인 기술을 사용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연구하고 있다"며 "수백만 개의 게놈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비교분석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