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사, 중국 돈 먹다 체했다…비극의 시작, 차이나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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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국내 엔터 사들이던 중국 자본
한한령 이후 무책임한 '털기'
인지도 높고, 가격 저렴하고…'작전주' 전락한 엔터사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자본이 흘러들어갔던 엔터사들이 줄줄이 돈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판타지오,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웰메이드 예당, 이들의 공통점은 매니지먼트로 입지를 다지고, 제작 등 다양한 부분으로 사업을 확장한 국내 대표 엔터사였다. 또한 중국의 대형 자본을 유치해 주목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혼란에 휩싸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김윤석, 유해진 등 믿고 보는 50여 명의 배우와 기대작들의 제작 소식으로 관심을 받았던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올해 5월 대주주로 올라선 엔에스엔의 이면약정 계약 의혹으로 시끌하다. 본래 지난 1일 주주총회가 진행되야 했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22일로 연기됐다.

옹성우, 차은우 등 청춘 스타들이 소속된 판타지오 역시 상황이 안좋긴 마찬가지. 판타지오 경영진과 대주주 사이에서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판타지오의 새 대주주가 된 엘앤에이홀딩스 측은 지난달 18일 주주총회소집 허가소송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고, 판타지오 측이 이를 지연 공시하면서 한국거래소는 불성실공시법인지정을 예고했다.

재판부는 엘앤에이홀딩스 측이 제가한 소송을 '기각'했지만, 오는 24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판타지오 경영진 교체와 관련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2016년 웰메이드예당이 자회사 예당엔터테인먼트가 사명을 변경해 론칭했던 바나나컬쳐는 사실상 공중분해 상태다. 바나나컬쳐를 이끌어 오던 걸그룹 EXID 멤버들의 전속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 순차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것. 결국 매니지먼트 업무는 중단한 상태다.

한류 이끈 엔터사들 어쩌다가

잘 나가던 엔터사들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중국의 대형 투자를 받은 이후다.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 중국의 대형 자본이 유치됐지만, 곧이어 한한령으로 배우와 가수 등 아티스트는 물론 한국과 중국의 교류까지 막히면서 기대는 우려로 전환됐다.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연기파 신인들을 발굴하고,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 걸로 업계에서 유명했던 심엔터테인먼트는 2014년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화이브라더스가 자회사 화이러헝유한공사(Huayi & Joy Entertainment Limited)의 투자를 받고 사명을 화이브라더스코리아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중국 및 동남아권 진출 계획도 세우면서 주가도 요동쳤다. 하지만 한한령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엔에스엔은 지난 5월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주식 625만주를 250억 원에 취득, 지분 21.84%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지분을 추가적으로 사들이면서 지분율도 절반 가까이 높였다.

2016년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JC그룹은 국내 소재 자회사, 골드파이낸스코리아㈜를 앞세워 판타지오 지분을 인수하고 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4월 엘앤에스홀딩스가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보유 중인 주식을 전량을 150억 원에 매입하면서 최대 주주가 바뀌게 됐다.

중국 자본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표 등 경영진 교체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소속 연예인들이 대거 이탈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측 임원들의 불법 자금 조달, 사기 스캔들이 역으로 화이브라더스코리아와 판타지오를 위협하기도 했다. 바나나컬쳐의 사정도 비슷하다. 바나나컬쳐의 전신은 신사동호랭이가2014년 설립한 AB엔터테인먼트다. 이후 예당에 인수됐고, 2016년 중국 최대 미디어기업인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의 아들 왕쓰총이 설립한 바나나프로젝트의 투자를 받았다. 이와 함께 사명도 변경됐다.

하지만 왕쓰총 대표가 지난해 중국에서 1억5500만 위안(약 250억 원)이 걸린 금융 분쟁에서 패소하면서 재정적인 위기에 휩싸이게 됐고, 최근에는 1억5000만 위안 이상의 부채를 갚지 못해 베이징시중급인민법원으로부터 자산을 압류당하고 자동차와 은행 계좌 등의 사용이 제한되기도 했다.
/사진=판타지오 공식 홈페이지

인지도는 높고, 가격은 저렴한 엔터주

한류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커지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엔터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명 연예인들과 회사의 인지도를 앞세워 '돈놀이'에 이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지도 있는 기업의 주식을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도 다량 매수가 가능해 '쥐락펴락'하는 것이 쉽기 때문. 중국의 자금이 휩쓸고 지나간 엔터사들은 작전 세력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야 출연료 미지급 소송이 완료된 유재석, 김용만의 전 소속사 팬텀엔터테인먼트(스톰에엔에프 모회사), '비밀의 숲' 등 유명 작품을 내놓고도 2018년 상장 폐지된 씨그널엔터테인먼트까지 개미 투자자들을 울린 사례도 여럿이다.

한 관계자는 "팬텀과 씨그널 사태를 일으킨 핵심 인물은 동일하다"며 "그 사람이 지금 중국 자본이 휩쓸고 간 엔터사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면서 우려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증권 담당자들은 "소속 연예인과 회사 이름만 보고 투자를 결정해선 안된다"며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관련 사업들과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기업의 실적은 탄탄한지 모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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