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미끄러운 지하주차장 이용하라니"…오토바이 지상출입 금한 A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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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오토바이 기사들 "비 오면 사고 위험"
아파트 측 "차 없는 단지·입주민 안전 등 고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경기도 안산에 사는 주모(48)씨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
경기도 남서부권에 있는 A아파트가 올해 초 입주민 안전을 위해 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금지해 오토바이 기사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은 좁고 미끄러운 지하주차장을 통해서만 다니면서 사고가 급증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기사들 "비 내려도 지하로만 출입…주차장서 부상 잇따라"
배달 오토바이 기사로 근무 중인 주모(48)씨는 지난 6일 기자와 만나 "올해 초 A아파트가 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고 아파트 내부와 연결된 지하주차장으로만 출입하라고 했다"며 "지하주차장 바닥이 지상 바닥보다 미끄러워 비나 눈이 오면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3천 세대 이상 거주하는 A아파트는 올해초 입주민 합의로 음식 등을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금지했다.
우체국 우편 배달 오토바이와 가구 배송 차량, 이삿짐 운송 차량, 쓰레기 수거 차량 등만 지상 출입이 가능하다. 차량 높이가 지하주차장 차고보다 높은 택배 배송 차량은 아파트 입구에 차를 주차한 뒤 짐을 수레에 실어 배달하도록 했다. 지상으로 배달할 수 없는 주씨는 지난달말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다가 빗물이 고인 곳에서 넘어져 양쪽 어깨 인대가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사고로 3~4일간 일을 못한 주씨는 "나를 포함해 3명 정도 기사들이 타박상 등 다칠 정도로 기상 악화시 지하주차장 출입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주씨는 참다 못해 지난달 30일 A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비와 눈이 오는 날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주씨는 "혹시라도 오토바이 (추돌) 사고가 날까봐 염려하는 입주민 마음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비나 눈이 올 때는 우리도 다칠 위험이 있으므로 그때만이라도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는 건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 배달 오토바이 기사 김모(26)씨도 "지하주차장 바닥에서 커브를 도는 순간 바로 고꾸라지는 일이 빈번한데 아파트 측은 막무가내로 '출입하면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비 올 때 지상에 출입하려고 하면 앞에 경비 용역들이 '딱지 끊는다'며 강하게 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달 경력 1년 차인 박모(35)씨는 "비 올 때 A아파트 주문이 (주문기에) 뜨면 대부분 기사가 기피한다"며 "다른 아파트는 차 없는 단지더라도 통상적으로 (배달 오토바이) 지상 출입을 허용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아파트측 "차 없는 단지여서 대부분 차량 지상출입 불가"
이에 대해 A아파트 측은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의 사고 우려를 인지하고 있지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협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저녁 시간 아이들이 밖에 나와 뛰어노는데 배달 오토바이가 들어오면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게 입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이라며 "지하주차장 바닥이 미끄러워 불편하다는 민원이 접수돼 시공사 측에 시정 조처해달라는 내용 증명서를 보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A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관리사무소를 통한 여러차례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차 없는 단지'로 인한 갈등은 개인과 개인 간 일이기 때문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산신도시 '택배 대란' 이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지하주차장 차고 높이를 2.3m에서 2.7m로 높이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지상 공원형 설계로 인한 개인과 배달 기사 간 갈등은 정부 부처에서 직접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입주민과 배달 기사 간 합의를 통해 차 없는 단지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신도시 차없는 단지 아파트에서 입주민 안전을 이유로 배달 기사 등 외부인 출입을 일부 금지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별도의 배달 공간을 아파트 단지 내 따로 마련하는 등 입주민과 배달 기사 간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아파트 측 "차 없는 단지·입주민 안전 등 고려"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경기도 안산에 사는 주모(48)씨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
경기도 남서부권에 있는 A아파트가 올해 초 입주민 안전을 위해 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금지해 오토바이 기사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은 좁고 미끄러운 지하주차장을 통해서만 다니면서 사고가 급증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기사들 "비 내려도 지하로만 출입…주차장서 부상 잇따라"
배달 오토바이 기사로 근무 중인 주모(48)씨는 지난 6일 기자와 만나 "올해 초 A아파트가 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고 아파트 내부와 연결된 지하주차장으로만 출입하라고 했다"며 "지하주차장 바닥이 지상 바닥보다 미끄러워 비나 눈이 오면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3천 세대 이상 거주하는 A아파트는 올해초 입주민 합의로 음식 등을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금지했다.
우체국 우편 배달 오토바이와 가구 배송 차량, 이삿짐 운송 차량, 쓰레기 수거 차량 등만 지상 출입이 가능하다. 차량 높이가 지하주차장 차고보다 높은 택배 배송 차량은 아파트 입구에 차를 주차한 뒤 짐을 수레에 실어 배달하도록 했다. 지상으로 배달할 수 없는 주씨는 지난달말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다가 빗물이 고인 곳에서 넘어져 양쪽 어깨 인대가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사고로 3~4일간 일을 못한 주씨는 "나를 포함해 3명 정도 기사들이 타박상 등 다칠 정도로 기상 악화시 지하주차장 출입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주씨는 참다 못해 지난달 30일 A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비와 눈이 오는 날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주씨는 "혹시라도 오토바이 (추돌) 사고가 날까봐 염려하는 입주민 마음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비나 눈이 올 때는 우리도 다칠 위험이 있으므로 그때만이라도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는 건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 배달 오토바이 기사 김모(26)씨도 "지하주차장 바닥에서 커브를 도는 순간 바로 고꾸라지는 일이 빈번한데 아파트 측은 막무가내로 '출입하면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비 올 때 지상에 출입하려고 하면 앞에 경비 용역들이 '딱지 끊는다'며 강하게 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달 경력 1년 차인 박모(35)씨는 "비 올 때 A아파트 주문이 (주문기에) 뜨면 대부분 기사가 기피한다"며 "다른 아파트는 차 없는 단지더라도 통상적으로 (배달 오토바이) 지상 출입을 허용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아파트측 "차 없는 단지여서 대부분 차량 지상출입 불가"
이에 대해 A아파트 측은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의 사고 우려를 인지하고 있지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협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저녁 시간 아이들이 밖에 나와 뛰어노는데 배달 오토바이가 들어오면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게 입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이라며 "지하주차장 바닥이 미끄러워 불편하다는 민원이 접수돼 시공사 측에 시정 조처해달라는 내용 증명서를 보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A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관리사무소를 통한 여러차례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차 없는 단지'로 인한 갈등은 개인과 개인 간 일이기 때문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산신도시 '택배 대란' 이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지하주차장 차고 높이를 2.3m에서 2.7m로 높이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지상 공원형 설계로 인한 개인과 배달 기사 간 갈등은 정부 부처에서 직접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입주민과 배달 기사 간 합의를 통해 차 없는 단지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신도시 차없는 단지 아파트에서 입주민 안전을 이유로 배달 기사 등 외부인 출입을 일부 금지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별도의 배달 공간을 아파트 단지 내 따로 마련하는 등 입주민과 배달 기사 간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제보나 문의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