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원순 죽음 애도…공무상 사망 아닌데 서울특별시장 안돼" [전문]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성추행 고발 다음날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해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안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안 대표는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조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안 대표는 박 시장을 서울3선시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최대 공로자라 할 수 있다.당시 박 시장에 비해 지지율이 10배나 높았던 안 대표는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며 박 시장 당선을 도운 바 있다.

서울시는 박 시장 장례를 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인 '서울특별시장'으로, 또 5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성추행 의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력 정치인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또한 "고 박원순 시장을 애도한다"면서 "애도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조문을 가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권 의원은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살펴야 할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성희롱 피해자를 위로하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태그를 걸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 후보 단일화 합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라며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은 게재 하루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 건의 두배를 넘긴 4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고인이 살아생전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전직 비서에 의해 성추행 고발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피할 수 없는 과실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시작된 비판의 목소리다.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은 청원이 종료된 한달이 지난 후로부터 약 한달 이내에 받을 수 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청원이 게재되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이에 동조한다는 것만으로도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도덕관념에 대한 잣대가 얼마나 높은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박홍근 박원순 특별시장 장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SNS상 무분별 유포되는 글들에 대해 "우려 표시했지만 여전히 고인에 대한 일방 주장에 불과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 마구 퍼지고 있다"면서 "장례위는 고인 죽음 둘러싼 여러 우려 문제제기 잘알고 있지만 고인 삶을 추모하고자 하는 전국 수많은 분들이 분출하는 애도의 마음 장례절차를 통해 담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글 전문.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참담하고 불행한 일입니다.
또한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나라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과 처신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할 때입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