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우려된다" 주요은행, 대출업종 재평가하고 한도 낮춰

코로나19 여파로 반년새 신용대출·개인사업자대출 급증
"경기 회복 안 되면 건전성 위험…우려 목소리 나와"
국내 주요 은행들이 건전성을 점검하고 '대출 조절'에 나섰다.국내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많이 내줬다.

그런데 코로나19 파장이 장기화하고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불어난 대출에서 연체가 쌓일 수 있다.

이 부실 또한 은행이 감내해야 하기에 선제 관리에 들어갔다.◇ 업종·차주 평가하고 대출한도에 반영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8일부터 올해 정기 산업등급평가(IR)를 시작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산업들의 업황, 정책 변화 등을 고려해 업종별로 '등급'을 정하는 것이다.

상반기에 특정 업종이 눈에 띄게 어려워졌다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국민은행 IR은 매년 하는 평가지만 시기가 고정돼 있지 않은데, 올해는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을 고려해 마침 이달에 평가를 시행하게 됐다.

국민은행은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 이후 대면 서비스 시장이 위축되는 등 산업 전반의 추세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 영향을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업종' 관리라고 볼 수 있는 IR과 함께 '채무자' 관리에 해당하는 조기경보시스템 관리도 운영할 예정이다.조기경보시스템에서 채무자가 '잠재 관리', '주의 관리' 등으로 선정되면 대출 연장 시기에 원금 일부 상환을 요구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고위험 차주와 일부 위험업종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개인 차주 중에 위험 차주로 분류되면 담보 보강을 유도하고, 업종 중에 위험업종은 신규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방식으로 관리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건전성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같은 리스크 관리 방법과 충당금 적립을 통해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올해 급증한 신용대출 '한도 조절' 들어가
일부 은행은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난 개인사업자 대출과 신용대출의 속도 조절을 하고자 조정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7조5천23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7조6천억원 급증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54조3천885억원이었다.

작년 말 이후 반년새 16조9천억원이 불어났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리스크심의위원회를 열어 비대면 신용대출인 '우리WON하는 직장인대출'의 대출 요건을 변경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1일부터 이 상품의 최대 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그대로 두되,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연소득으로 인정되는 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또 요식업종 대출을 앞으로 건당 1억원 이내로 제한하라는 공문을 모든 지점에 보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으로 대출을 운용해야 하기에 한쪽 업종에서 대출이 너무 늘어나면 조정이 필요하다"며 "올해 요식업종 대출이 빠르게 늘어 거액 대출을 제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상반기에 우량업체 재직자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소득 대비 한도 비율을 낮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조정은 건전성 우려보다는 신용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서 이뤄졌다"며 "하반기에는 정부 여신 지원 대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건전성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NH농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많이 나간 것'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경기가 점점 안좋아진다면 채무자의 상환이 어려워졌을 때가 문제"라며 "'비올 때 우산 뺏기'로 이어져서는 안 되지만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관련 부서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