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한번 만나려고 한달 격리…코로나 시대 쉽지 않은 대면외교

UAE, 대표단 13명 위해 호텔 2개층 통째로 빌려·식사는 룸서비스
비건 미 부장관은 예정 없던 코로나19 검사·단골 식당 방문 포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중단됐던 대면 외교가 서서히 재개되고 있지만, 외교관의 국가 간 이동에서 발생하는 방역 문제가 여전히 큰 어려움이다. 특히 외국의 고위급 당국자가 한국에서 감염되거나 한국에 코로나19를 전파할 경우 만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 정부도 상대국도 각별히 주의하는 모습이다.

지난 9일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의 한국 방문은 코로나19 시대에 국가 간 대면 외교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압둘라 장관은 이번 방한을 위해 출국 전 UAE에서 14일 자가격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방침상 입국 전 받은 코로나19 음성 결과만 제출하면 되지만, 압둘라 장관은 출발하기 전 코로나19 잠복기인 14일 동안 혹시 몰랐던 증상이 있는지 다시 확인한 것이다.

UAE 대표단은 방한 인원을 최소화해 270여명이 탈 수 있는 전용기에 13명만 타고 왔다.

또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고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준비된 차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으며, 한국에 있는 자국 대사에게도 공항에 영접 나오지 말라고 했다. UAE는 서울 시내 호텔 2개층을 통째로 빌렸고, 대표단과 전용기 승무원들은 한·UAE 외교장관 회담과 공항 이동을 제외하고는 일체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식사도 룸서비스로 해결했다.

외교부는 압둘라 장관의 방한이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여러 일정을 마련하려 했으나 UAE 측은 방역을 고려해 강경화 장관만 만나고 가겠다고 했다. 외교장관 회담은 10일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에서 양측에 2명씩만 배석한 채 진행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압둘라 장관이 코로나19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강 장관 한명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 공을 들인 것은 그만큼 UAE가 한국과 관계를 특별히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압둘라 장관은 귀국 후 다시 14일 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방문을 위해 한 달 격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7∼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도 미국 대표단을 보호하고 한국으로의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신경 썼다.

당초 미국 대표단은 본국에서 받은 코로나19 음성 결과서를 제출하고 입국 시 검사를 면제받을 예정이었지만, 도착 직후 다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주한미국대사관은 "각별히 조심하는 차원에서 한국 보건당국과 협의를 거쳐 검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비건 부장관은 외교부에서 강경화 장관, 조세영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날 때도 약 2m 간격을 유지한 채 '허공 악수'를 하며 마치 가위바위보를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과거 한국에 올 때마다 갔던 단골 닭한마리 식당도 방역을 고려해 찾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