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호기심을 자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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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서종 < 인사혁신처장 mpmhongbo@korea.kr >‘시리아의 겨울 아침 5시였다. 알레포역의 플랫폼을 따라 철도 안내판에 타우르스 특급이라고 표시된 열차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열차》 첫 문장이다. 열차에서 벌어질 엄청난 사건에 대한 반전을 감춘 듯 고요한 겨울 새벽에, 거대한 비밀을 담을 만큼 큰 열차에 대한 묘사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독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멋진 문장이다. 추리소설의 백미는 숨죽이며 기다린 마지막 반전이지만, 그 과정을 끌고 가는 힘은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의 몰입감이다.지식에 대한 갈증은 본능에 가깝다. 어린아이들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질문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진화심리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호기심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사회적 협력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본성처럼 자리잡은 결과라고 한다.
이는 비단 지난 역사일 뿐만 아니라 현대 직장인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다. 가늠하기 힘든 변화 속에서 학습은 다시 생존의 문제가 됐다. 또한 일터에서 마주치는 문제는 대개 여럿이 협력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함께 일하는 상대방을 더 존중하고 더 깊게 소통할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공직에서 만나온 성과가 탁월한 공무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조직의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정책에 필요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얻고자 부단히 노력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새로운 내용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민간에서도 우수한 인재들이 일하는 방식이며 구글, IBM 등 경쟁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뤄낸 조직의 모습이기도 하다.어떻게 하면 바쁜 직장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을까? B J 포그 스탠퍼드대 교수는 동기(motivation), 실행 가능한 여건(ability), 크고 작은 계기(trigger)가 조화를 이룰 때 행동이 변한다고 분석했다. 즉, 직장 내 학습도 필수 교육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습이 일상이 되려면 조직 내외의 다양한 자원에 편리하게 접근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고 공유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필요하다. 아울러 학습과 공유에 대한 노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 역시 공무원의 학습을 돕는 시스템과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공공부문 교육을 둘러싼 장벽을 걷어내 우수한 민간 콘텐츠를 연결할 수 있을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번 펼치면 멈추기 힘든 추리소설처럼 공무원도 학습과 성장을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