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막히고, 잠기고…3040 "금수저 아니면 강남 입성 못해"
입력
수정
지면A4
더 높아진 '강남 철옹성'“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어도, 노력하면 서울에 괜찮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폭등한 강남 아파트…3년새 중위가격 7억→11억
15억 이상 대출 금지…부모찬스 없으면 매입 불가능
양도세 중과로 증여↑…자금 있어도 살 매물 없어
집값 폭등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서울에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3040 세대가 들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2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1.5배로 뛴 반면, 대출은 어려워져 ‘금수저’가 아니면 서울 아파트에서 ‘똘똘한 한 채’를 구입하는 게 원천 봉쇄됐다는 게 이들의 한탄이다. 2018년 9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국 대사)이 라디오방송에서 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는 발언이 요즘 3040 세대 사이에서 다시 자조적으로 회자하는 이유다.
집값 상승에 대출규제까지 더해져
3040 세대가 서울에 집을 사기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집값 폭등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7억3347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1억1273만원까지 올랐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뜻한다. 강남의 평균적인 집 가격이 불과 4년여 만에 4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강남뿐 아니라 서울 전역 집값이 급등했다. 2017년 5월 6억708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지난달 9억2509만원까지 올랐다. 전문직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아이가 없더라도 소득을 모아 살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올랐다는 얘기다.빚을 내서 집을 사기는 더 어려워졌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줄었다. 여기에 ‘12·16 대책’으로 9억원보다 비싼 아파트를 살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부모의 도움을 받는 금수저가 아니면 3040 세대의 ‘똘똘한 한 채’ 마련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뜻이다.정부가 발표한 ‘6·17 대책’으로 전세를 끼고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산 뒤 다른 집에서 전세를 얻으면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서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 시가 3억원 이상 비중은 전체의 96%에 이른다.
퇴로 막아 매물까지 잠겨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7·10 대책’이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떠날 수 있는 출구까지 틀어막았다.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크게 높여서다.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 중과되는 세율은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2주택 보유자는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랐다.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책으로 매물이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매각 대신 자식에게 증여를 택하는 자산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증여세율은 최고 50%로 양도세 최고세율(최고 72%)보다 낮고 취득세 부담도 덜하다. 정부가 2017년 8·2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히자 2018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증여 비중이 전년 대비 10%포인트 오른 17.4%까지 상승하기도 했다.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내놓은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많다. 7·10 대책에는 분양가 6억원 이상 생애 첫 주택을 사는 신혼부부의 신청 기준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0%(569만원)까지, 맞벌이의 경우 140%(613만원)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평균 월급은 501만원이고 중소기업은 231만원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금을 인상한다고 집값이 잡히는 게 아니다”며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확대하는 등 시장 원리에 맞는 해법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대책이 성공하려면 교육을 비롯한 전 분야에 걸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강남 집값 상승에는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등의 정책으로 학부모 수요가 몰린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