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권훈칠 '김포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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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권훈칠(1948~2004)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를 통해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서울대 미대 1학년이던 1966년 처음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1973~1979년에는 7년 연속으로 입선(2회), 특선(3회), 국무총리상, 문화공보부장관상을 차지했다.
그는 초기의 추상 작품과 ‘민화’ 시리즈부터 말년의 ‘만다라’ 시리즈까지 탁월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1987~1990년 뒤늦게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 뒤로는 전시 초대 및 출품을 거부한 채 은둔하면서 작업에만 몰두했다. 생전의 개인전이 2003년에 연 수채화전 한 차례뿐이었을 정도다.추상을 주로 그렸던 그가 풍경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은 이탈리아 유학 시절인 1980년대 후반부터다. 이탈리아의 이국적인 풍경은 물론 귀국 후에도 강과 바다를 찾아다니며 말년까지 수채, 파스텔, 유화물감 등으로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잔잔한 호수, 소담한 풀잎, 부서지는 파도를 청명한 색채로 그려낸 그의 풍경화는 평온한 구도, 맑은 색채, 섬세한 세필 묘사가 특징이다. 2000년에 그린 ‘김포 수로’는 유화 작품인데도 수채화처럼 맑다.
서울 신림동 서울대학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권훈칠: 어느 맑은 아침’에서 ‘김포 수로’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이국적 풍경 및 국내 바닷가와 신록을 그린 풍경화, 드로잉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9월 20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