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화웨이 5G 장비 전면 철거"…화웨이 "실망스럽다"

사진제공=화웨이

영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도입에 대해 '제한적 허용'이라는 기존 방침을 깨고, 자국 내 모든 통신사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오는 2027년까지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영국 미디어 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통신사업자들은 올해 12월31일부터 화웨이 5G 부품을 구매하는 것이 금지되고 모든 화웨이 장비를 2027년까지 철거해 다른 장비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다우든 장관이 언급한 이 같은 의무사항은 법으로 제정될 예정이다. 당초 영국은 화웨이를 전면 배제하라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코어 네트워크만 부분적으로 금지하는 조건으로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장비의 '제한적 공급자'로 선정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의 수출 규제로 화웨이의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영국 정부는 방향을 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우든 장관은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의 제조품은 매우 위험하다"며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는 영국 5G 네트워크 내 화웨이 장비 존재에 대한 안보 평가를 크게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화웨이에 가한 제재로 인해 화웨이 장비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영국은 화웨이 5G 통신장비에 더 이상 확신을 갖지 못한다"며 "화웨이를 대체하기 위해 우선 두 통신장비업체 에릭슨과 노키아가 보호될 필요가 있으며, 둘째로는 삼성과 NEC 등 다른 새로운 공급업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 변경에 대해 화웨이 측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화웨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휴대전화를 가진 영국 내 누구에게나 나쁜 소식"이라며 "영국의 디지털화를 늦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이어 "영국 정부에 화웨이 금지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여전히 미국의 새로운 제재가 영국에 대한 우리 제품 공급의 안정이나 안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일각에선 삼성전자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우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9일 영국 하원 위원회에 출석해 삼성이 영국에 5G 통신망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분명히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통신망 장비 공급과 관련해 유럽 사업자들과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기술보다는 4G와 5G, 6G와 관련한 투자에 재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