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질주에 '버블' 재현 논쟁…닷컴 때와 다른 3가지

코로나19 여전한데 '나스닥' 연일 최고치
"닷컴버블과 성격이 다르다" 반박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최근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역대 최고치로 오르면서 '제2의 닷컴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에서도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20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단순히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사실 만으로 닷컴버블과 지금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적과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자금) 등을 감안하면 기술주에 대한 투자는 현재도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15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61.91포인트(0.59%) 상승한 10,550.4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3일 기술주의 부진으로 2.13% 하락한 후 이틀 연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나스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올 들어서만 262.6% 폭등했다. 시가총액도 2867억달러(약 344조원)로 불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다른 기술주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에도 연일 최고치…전형적인 버블"

기술주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이달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300만명을 돌파했고, 미국에서만 신규 확진자가 하루 6만명 넘게 나오는 상황에서 기술주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월가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나스닥지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버블"이라며 "소액 투자자들은 버블이 꺼지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주들의 주가 흐름은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 이어진 '닷컴버블'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스닥에 상장된 100개 우량기업의 주가를 모은 나스닥 100지수는 1998년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1600선에 머물렀다. 그러다 1999년 'Y2K'(2000년 연도 인식오류) 공포로 인터넷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0년 1월 3500선을 넘어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수는 매주 3~10%씩 올랐고, 2000년 3월24일 4804.0으로 고점을 찍었다. 1년여 만에 약 140% 급등한 것이다.그러나 기대에 못 미치는 인터넷 서비스에 실망한 사용자들이 미국 최대 인터넷 사업자였던 AOL의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했다. 다른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함께 폭락했다. 나스닥 100지수는 이후 2년 간 80% 넘게 하락하며 2002년 10월4일 821.0까지 떨어졌다.

검증된 일부만 상승…"닷컴버블과 달라"

국내외 기술주의 최근 급등은 과거 닷컴버블 때와는 다르게 봐야한다는 반박이 많다. 기술주들의 현금흐름, 코로나19 환경, 풍부한 유동성 등 때문이다.

과거 닷컴버블 시기에는 인터넷 관련 서비스라는 기대만으로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반면 현재는 구체화된 실적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기술주의 단기 상승세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닷컴버블과 비교하면 실적 전망이 긍정적"이라며 "코로나19로 경제 성장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경기와 무관하게 성장할 수 있는 일부 기술주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 100지수 차트. /사진=인베스팅닷컴.
코로나19가 만든 우호적인 환경도 기술주 상승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주요국들의 폐쇄 조치가 언택트(비대면) 수요 급증으로 연결됐고, 자연스럽게 기술주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종목의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전염병이 기술주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차이점도 있다"며 "기술주의 실적이 우수하고 보건 환경이 달라졌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또 20년 전과 다른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닷컴버블 땐 물가와 경기가 과열돼 유동성 축소의 우려가 있었다"며 "현재는 그런 우려가 없다"고 했다.

여전히 기술주 투자 긍정적

'닷컴'이 붙은 주식은 무조건 오른 과거와 다른 만큼 상승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가가 부담스럽게 급등한 것도 사실이라, 실적에 기반한 투자를 하라는 조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성장에 기반한 투자를 하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닷컴버블 때 투자하지 않던 워런 버핏이 애플의 3대 주주이고, 아마존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면 새로운 시대에서의 투자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센터장은 "현재의 거시경제 환경은 성장을 계속 추구하고 있고, 사람들도 저금리로 왕성한 투자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성장 산업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기술주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위험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어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를 권했다. 인생 역전을 바라는 극단적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진우/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