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김상훈의 이렇게 이혼·상속] (9)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와 사전증여재산 처리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 박사)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두1110 판결 : 상속세부과처분취소>

◆ 사실관계A(재산을 남긴 부친, 이하 ‘피상속인’)는 2009년 4월 5일 사망했다. 그의 상속인인 부인 B와 자녀 C(이하 ‘원고’) 등은 상속세의 과세가액 및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

강남세무서장(이하 ‘피고’)은 상속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피상속인이 2001년 매도한 서울 서초구 토지와 서울 강남구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의 매도대금, 2008년 매도한 서울 종로구 토지 및 그 지상 건물의 매도대금 등을 원고를 비롯한 상속인 등에게 사전 증여했음에도 신고하지 않았음을 알아냈다.

피고는 이를 상속재산 가액에 합산해 2011년 7월 6일 원고에게 ‘상속인별 납부할 상속세액 및 연대납세의무자 명단’을 보내고 상속세 10억3040만4761원을 고지했다. 이 중 원고가 납부할 세액으로 기재된 금액은 2억9476만2268원(부담비율 28.606%)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처분에 연대납세의무의 한도가 명시돼 있지 않아 문제가 됐다. 연대납세의무란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세를 내지 않을 경우 나머지 상속인이 이를 대신해 납세할 의무다. 피고는 약 5년 뒤인 2016년 5월 4일 원고가 납부할 세액을 2억9479만8802원(부담비율 28.61%)으로, 원고의 연대납세의무 한도액을 6억917만8792원으로 정정해 통지(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했다. 원고는 2016년 5월11일 이를 수령했다.

◆ 소송경과

피고(강남세무서장)는 연대납세의무 한도액을 계산하면서 원고가 사전에 증여받은 재산가액 7억2900만원을 상속분에 가산했다. 하지만 원고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 결정세액 2억1084만6530원은 공제하지 않았다. 원고는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의 범위를 계산할 때 원고가 따로 납부하는 증여세는 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원심은 구 상증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항[현행 제3조 제3항]에 주목했다. 연대납세의무의 범위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 관해 “상속으로 인하여 얻은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과 그 상속으로 인하여 부과되거나 납부할 상속세를 공제한 가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기납부한 증여세를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원심은 사전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 결정세액을 공제하지 않고 연대납부한도를 계산한 피고의 징수고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대상판결의 요지

[1]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인 고유의 상속세 납세의무와 연대납부의무를 정하도록 한 것은, 피상속인의 사망을 계기로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을 취득한 자에게 실질적 담세력(擔稅力)을 고려해 취득분에 따른 과세를 하기 위한 것이다.구 상증세법 제3조 제3항이 상속인 고유의 상속세 납세의무를 정하는 기준으로 ‘제1항의 상속재산에는 구 상증세법 제13조 규정에 의하여 상속재산에 가산하는 상속인 또는 수유자가 받은 증여재산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사전증여재산 역시 상속인의 연대납부의무를 정하는 기준인 제4항의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 해당한다.

[2] 구 상증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상속세와 증여세의 형평을 유지하고 누진세율에 의한 상속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증여재산을 가산하고 있다. 동시에 사전증여재산에 관한 일정한 증여세액을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제28조의 규정을 통해 불합리한 점을 제거하고 있다.

이처럼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미리 증여한 사전증여재산의 경우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당사자들 사이에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된다는 실질은 동일하다. 더불어 상속세 특유의 과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를 일반적인 상속재산과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리 재산을 증여받은 상속인의 연대납부의무 한도를 정하는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 사전증여재산을 가산했다면, 그에 상응하여 부과되거나 납부할 증여세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구 상증세법 시행령(2010. 12. 30. 대통령령 제225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의2 제2항 역시 상속인의 연대납부의무를 정하는 기준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상속으로 인해 얻은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과 그 상속으로 인하여 부과되거나 납부할 상속세를 공제한 가액으로 규정한다.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상속재산 만큼의 연대납부의무를 부담하도록 해 실질적 담세력에 부합하는 과세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 해설

1. 고유의 상속세 납세의무와 연대납세의무

구 상증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은 ‘상속인은 상속재산 중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제4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상속세는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현행 제3조의2].

따라서 공동상속인들 각자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액을 과세가액으로 하여 산출한 상속세 총액 중, 그가 상속으로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할 고유의 납세의무가 있다.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에 관하여도 자신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

예를 들어 공동상속인인 배우자 A와 자녀 B, C가 상속재산을 각 15억원, 10억원, 10억원씩 분할하여 취득했고, 이로 인해 각자가 납부할 고유의 상속세액이 각 3억원, 2억원, 2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만약 C가 자신의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A는 15억원의 한도 내에서, 그리고 B는 10억원의 한도 내에서 C가 납부하지 않은 2억원에 대해 납부할 책임이 있다.

이때 세무서에서는 C가 납부하지 않은 2억원을 A 또는 B에게 전액 징수할 수 있다. 만약 A도 자신의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면 세무서에서는 B에게 5억원을 징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B는 A와 C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연대납세의무 한도에 사전증여재산이 포함되는지 여부

구 상증세법 제3조 제3항은 상속인 고유의 상속세 납세의무를 정하는 기준으로 ‘제1항의 상속재산에는 구 상증세법 제13조 규정에 의하여 상속재산에 가산하는 상속인 또는 수유자가 받은 증여재산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현행 제3조의2 제1항]. 그렇다면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 연대납세의무 한도가 되는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도 마찬가지로 사전증여재산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인 고유의 상속세 납세의무와 연대납부의무를 정하도록 한 것은 피상속인의 사망을 계기로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을 취득한 자에게 실질적 담세력을 고려해 취득분에 따른 과세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유의 상속세 납세의무 뿐 아니라 연대납세의무의 한도가 되는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도 사전증여재산이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대상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사전증여재산 역시 상속인의 연대납부의무를 정하는 기준인 제4항의 ‘상속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해석은 구 상증세법 제3조 제1항과 제3항 및 제4항의 체계적 해석에 따르더라도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대상판결 이후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0391호, 2020. 2. 11. 개정) 제3조 제3항은 상속세 연대납세의무의 한도인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 증여재산이 포함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3. 연대납세의무 한도에 사전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액이 공제되는지 여부

위와 같이 연대납세의무 한도에 사전증여재산이 포함된다면, 사전증여재산에 대해 납부한(할) 증여세액도 공제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원심은 증여세액을 공제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전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 결정세액을 공제하지 않고 연대납부한도를 계산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상 대법원 판결은 미리 재산을 증여받은 상속인의 연대납부의무 한도를 정하는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에 사전증여재산을 가산했다면, 그에 상응해 부과되거나 납부할 증여세액을 공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형평의 원칙과 논리일관이란 측면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이 타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문제다.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조 제2항은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이란 상속으로 인해 얻은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과 그 상속으로 인해 부과되거나 납부할 상속세를 공제한 가액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상속으로 인해 얻은 자산총액에 사전증여재산이 포함된다면, 상속으로 인해 부과되거나 납부할 상속세의 범위에 증여세를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다만 대상판결 이후 개정된 상증세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0391호, 2020. 2. 11. 개정) 제3조 제3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했다.법 제3조의2제3항에서 ‘각자가 받았거나 받을 재산’이란 상속으로 인해 얻은 자산(법 제13조제1항에 따라 가산한 증여재산을 포함한다)의 총액에서 부채총액과 그 상속으로 인하여 부과되거나 납부할 상속세 및 법 제13조제1항에 따라 가산한 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를 공제한 가액을 말한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법학박사)
-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 고려대 법학석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
- 고려대 법학박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