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절히 반성한다면서…이해찬 또 "피해 호소인…"

박원순 의혹 '직접 사과' 했지만
"黨차원 진상규명 어렵다
서울시가 밝혀주길" 책임 떠넘겨

이낙연은 "고소인께 사과드린다"

통합 "서울시, 피해자 호소 묵살
청문회·특검·국조 등 총동원할 것"
< 난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직접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 차원의 진상 규명은 어렵다며 책임을 서울시에 떠넘겼다. 미래통합당은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청문회나 특별검사 등 모두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해찬·이낙연 사과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광역단체장 두 분이 임기 내 사임했다”며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6일 만이다.이 대표는 지난 13일 고위전략회의 직후 강훈식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대리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공식 사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차원에서의 진상조사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고인의 부재로 인해 현실적으로 진상조사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이날 SNS에 사과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재발 방지 위해 선출직 감찰 기구 설립

민주당은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상시 감찰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전 시장을 비롯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뿐만 아니라 지방의원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사전 예방으로 관리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오는 8·29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 개정을 논의할 때 상설 감찰기구 설립도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기구는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상시 감찰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면 윤리심판원에 넘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당 소속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차단하고 기강을 세울 극단적인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당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 인지교육을 강화하도록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 진상 규명 위해 모두 수단 고려

통합당은 박 전 시장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모든 수단을 고려 중이다.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비롯해 태스크포스(TF)·특검·국정조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방침이다.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당 의원총회에서 “(서울시가) 자체 진상조사를 한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특검이나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성추행 사건의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사건 자체는 물론 성추행 피해자의 고소 사실이 경찰과 청와대를 통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다는 의혹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공무상 비밀 누설 과정, 묵인하거나 은폐한 공모 흔적을 철저히 수사해 국민에게 보고하고 책임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주 원내대표가 언급한 특검이나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 활동했던 성범죄진상조사 TF를 재정비하는 방안이나 여성가족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한 통합당 중진의원은 “지금까지 추모 중이라 공세를 자제한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전방위적 조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대표와 이 의원이 각각 ‘피해 호소인’ ‘피해 고소인’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맹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SNS에 “‘피해 호소인’이라는 사회방언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들 사과할 생각 없다”고 글을 올렸다.

이동훈/성상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