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 76억달러…코로나 여파로 22% 감소(종합)

글로벌 전망 부정적…올해 '200억 달러' 달성 불확실

올해 상반기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 이상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가 신고 기준 76억6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감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실제 투자 도착 기준으로는 23.9% 줄어든 47억달러를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간 이동 제한,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소 폭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작았다.

1분기 기준으로 미국은 35.5% 줄었으며 일본은 80.9% 급감했다.

이처럼 방어한 것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 노력으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연구개발(R&D) 센터 등 첨단분야에 대한 투자가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산업부는 분석했다. 소부장 분야의 경우 3천억달러 규모의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시설 관련 투자(미국)와 2억5천만달러 규모의 기업용 대형 프린팅 연구개발 관련 투자(네덜란드)를 유치했다.

신산업 분야에선 미국의 A사가 2억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섰으며, 미국의 B사는 배송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새로운 정보기술(IT) 개발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올 상반기 신산업에 대한 투자 신고 금액은 38억1천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전체 외국인직접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38.1%에서 49.7%로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자상거래, 온라인 교육 등 비대면 분야에 대한 투자유치 기회가 확대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례로 케이만군도의 A사는 국내 유명 온·오프라인 교육서비스 기업에 1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고, 미국의 B사는 건강기능식품 대량생산을 위한 조직배양 기술 R&D 시설에 9천만달러를 투자했다.
하반기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전망이 밝지 않다.

유엔 무역투자개발회의(UNCTAD)는 올해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가 지난해보다 40% 줄어든 1조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5∼10% 추가로 감소해 9천억달러 이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직접투자는 보통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활발한 경향을 보이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작년까지 5년 연속 달성했던 외국인직접투자 '200억 달러' 실적을 올해도 이뤄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정욱 산업부 투자정책관은 "코로나19가 하반기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각국이 대응하느냐가 가장 큰 변수"라며 "불확실성이 크지만, 정부는 2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투자정책관은 "국내 이미 투자한 외국기업이 미처분 이익 잉여금을 다시 투자할 경우 이를 외국인투자로 반영하는 제도가 8월에 시행된다"며 "기업들이 국내에서 성과를 많이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잉여금이 상당 부분 있을 것이고,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들이 하반기 결실을 본다면 더욱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래 시장 선점에 필수인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빅3'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유치하는 한편 비대면 수요 확대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큰 전자상거래, 디지털기기 등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유치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다양한 국내·외 첨단산업 분야 투자를 범부처적으로 지원하는 '첨단투자지구'를 신설해 세계적인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기로 했다.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현금지원 한도 확대 및 국비 보조율 상향, 세제지원 강화 등 제도 개선도 이뤄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