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최악 안왔다"…빅3 충당금만 33조원

JP모간·씨티그룹·웰스파고
코로나發 잠재부실 반영

다이먼 회장 "전례없는 침체
부양책 약발 끝나면 후폭풍"
“일반적인 경기침체가 아니다. 불황은 계속되고 후폭풍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경기부양책 때문에 잘 모를 뿐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14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 JP모간과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 대형 은행 세 곳이 경기침체로 고객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2분기에 쌓은 대손충당금이 총 280억달러(약 33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JP모간은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47억달러라고 발표했다. 105억달러(약 12조6000억원)의 대손충당금 탓이었다. 1분기 대손충당금 83억달러보다 크게 불어났다. 은행들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해 순이익에서 제외한다.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가 심각하고, 고객들의 채무불이행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반영됐다.

씨티그룹 역시 2분기에 대손충당금 79억달러를 반영,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급감한 13억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웰스파고는 2분기에 순손실 24억달러를 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웰스파고는 대손충당금 96억달러를 반영했다.세 은행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시장의 추정치를 뛰어넘었다. V자 회복 기대는커녕 아직도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우려가 대규모 대손충당금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월가의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으로 기업 및 가계가 버티고 있지만 정부가 계속 자금 지원을 할 수는 없는 만큼 앞으로 상황이 얼마나 악화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제니퍼 핍스작 JP모간체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6월의 상황은 좋은 편이었다”며 “앞으로 몇 달은 진실이 드러나는 시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들 3개 은행의 상반기 대손충당금 총합은 약 470억달러로 지난 3년간 액수보다 많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V자 반등에 장애물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는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백신이 나올 때까지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