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미나 넘치는 민어 한점…목포까지 왔는디 이건 먹고 가야제~

목포여행 100배 즐기기
목포근대역사관 1관
목포는 이야기가 넘치는 도시다. 근현대 100년의 역사가 담겨 있는 구도심은 그 자체가 박물관이다. 일제의 수탈을 넘어 역동적으로 움직였던 호남사람들의 강인한 의지가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목포는 또한 맛의 본고장이다. 민어회를 비롯해서 준치회 등 목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의 향연이 기다리는 곳이다. 여름 휴가를 꿈꾸고 있다면 안전하고 풍성한 목포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구도심은 100년 역사 담은 박물관

목포가 특별한 이유는 19세기 말 개항 이후 100년의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목포는 1897년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네 번째로 개항했다. 기름진 호남평야와 군사적 요충지에 있는 목포를 일제가 가만둘 리 없었다. 자주 개항한 처음 의지와 달리 호남의 숱한 곡물과 자원을 일제로 옮기는 수탈의 창구가 되고 말았다. 목포 구시가지에는 근대사를 대표하는 장소들이 펼쳐져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과 목포근대역사관 2관이다.빨간 벽돌로 지은 서양식 건물이 이색적인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1900년에 지어진,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1900년 일본 영사관으로 쓰기 위해 지어진 르네상스 양식의 이 건물은 목포의 개항과 당시 조선의 사회상, 일제의 야욕과 수탈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최근에는 아이유와 여진구가 주인공으로 나온 ‘호텔 델루나’의 촬영지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임시휴장하고 있어 외부만 촬영할 수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 계단을 내려오면 커다란 돌에 ‘국도1·2호선기점’이라고 새겨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 푯돌이 있는 삼거리가 국도1호선과 2호선이 출발한 지점이자, 한국 도로 역사의 기념비적인 장소다.목포근대역사관 1관에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목포근대역사관 2관이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으로 사용된 이국적인 석조 건물로, 일제의 경제적 본거지였다.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소작료를 거둔 일제 수탈의 상징적인 장소다. 이곳에 1920년대 말 목포와 조선 말기의 모습, 항일운동과 일제강점기 수난의 역사가 사진으로 전시되고 있다. 구시가에는 외세의 경제적 침략에 대항해 국내 최초로 설립된 민족자본 은행 건물도 있다. 현재 목포문화원으로 쓰이는 옛 호남은행은 조흥은행의 전신이며, 목포에 남은 유일한 근대 금융계 건물이다. 1924년 갑자년에 모자점으로 시작해 여전히 그 후세가 모자점을 운영하는 ‘갑자옥모자점’에도 들러볼 만하다.

서산동 일대는 198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달동네로 군데군데 빈집이 늘었지만 오히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낌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서산동 입구에는 영화 ‘1987년’ 촬영지로 알려진 ‘연희네 슈퍼’가 있다. 당시 구멍가게의 느낌을 얼마나 세밀하게 재현해 놓았는지 이곳만 시간이 박제돼 버린 것 같다. 연희네 슈퍼에서 위로 올라가면 흑백사진을 찍어주는 유달동 사진관과 1949년부터 운영 중인 빵집 ‘코롬방제과’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민어회

민어, 준치, 병어… 매력적 맛의 격전장

목포는 맛의 도시다. 여론조사 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에서 조사한 최고의 미식도시를 여수와 목포로 꼽았을 정도로 목포는 맛에 있어서 일가견이 있다. 목포가 맛의 도시인 이유는 서남해안의 다도해와 차진 갯벌에서 나는 갖가지 해산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세발낙지, 홍탁삼합, 꽃게무침과 꽃게장, 민어회와 갈치조림은 목포가 자랑하는 ‘5미(味)’다. 여기에 세발낙지, 병어회, 아구탕, 우럭간국 준치무침이 합쳐지면 목포 9미가 된다. 그야말로 맛의 격전장이다.
▼낙지탕탕이
목포의 맛을 논할 때 역시 첫손에 꼽히는 것은 민어다. 민어는 6월부터 9월까지 나는 생선이다. 쌀 한 섬과도 안 바꿀 정도로 여름 보양식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민어(民魚)’로 나와 있을 만큼 예부터 백성들이 즐겨 먹던 생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민들이 맛보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쌀 뿐 아니라 산지에 가야 맛볼 수 있는 귀한 생선이 되었다. 민어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 살은 회로 먹고, 뼈와 머리는 매운탕의 좋은 재료가 된다. 민어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위가 바로 부레다. 홍어에 애가 있다면 민어에는 부레가 있다.

민어와 함께 이즈음에 맛있는 회는 병어다. 막 잡은 병어는 거의 단맛에 가까우면서 전혀 비린내가 없다. 살짝 얼려 회로 먹으면 그야말로 맛이 일품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은 준치도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윤기가 잘잘 흐르는 준치를 회로 즐기거나 밥을 비벼 먹기도 한다.

홍어 하면 나주라고 하지만 목포 홍어는 맛에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다. 삼합은 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낸 음식이다. 세 가지를 함께 싸 먹는데 홍어가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강력한 향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많지만, 홍어의 알싸한 향과 돼지고기의 담백함, 묵은지의 상쾌함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막걸리가 어울리면 홍탁 삼합이 된다. 꽃게장은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목포는 인동초 꽃을 넣고 생강과 무 마늘 등을 넣어 짜지 않으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바닷가재 요리
목포의 갈치요리는 목포 연근해산 먹갈치를 사용한다. 주로 흑산도와 추자도 인근에서 잡힌다. 갈치는 흔히 은갈치와 먹갈치로 나뉘며 제주 은갈치, 목포 먹갈치라고 부른다. 은갈치와 먹갈치의 차이는 낚시로 잡느냐, 그물로 잡느냐의 차이다. 최근 목포 삼학도에는 목포의 9미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항구포차’가 들어섰다. 항구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목포시에서 만든 공간이다. 포차의 이름부터 눈길이 간다. ‘1009 만인계포차’ ‘연희네포차’ ‘술취한도깨비’ ‘오거리감성포차’ 등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각 포차의 대표 메뉴도 독특하다. 육회와 꼬막, 비빔밥을 한 접시에 담은 ‘연희육꼬비’부터 닭살구이, 가거도계절선어회, 삼학코다리, 낙지배추초무침, 차돌박이가리비찜, 오향장육, 목포행완행열차 등 목포의 9미를 비롯해 남도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이 즐비하다. 15개 포차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 메뉴는 60가지가 넘을 정도다. 삼삼오오 모여 술 한잔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안줏거리부터 한끼 식사로도 전혀 손색없다.

목포=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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