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반등 '포스트코로나' 가능성 보인 中…짙은 미중갈등 그림자

코로나 저지 힘입어 세계 첫 경제 회복…안팎 수요·고용 회복 미진
최악 갈등으로 치닫는 미중관계…1단계 무역합의 파기 땐 충격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겪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주요국 중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을 플러스로 되돌리는 데 성공함으로써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코로나19 확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부적절한 초기 대응으로 코로나19를 세계에 퍼뜨리는 데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받는 중국이 코로나19의 혼란을 먼저 극복하고 경제를 정상화하면서 '모범생'으로 주목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코로나19 확산 저지, 중국 경제 회복 원동력
코로나19의 충격파가 닥친 지 반년 만에 중국은 선명한 브이(V)자 모습의 경기 반등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3.2%로 집계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평균인 2.4%보다도 훨씬 좋게 나왔다.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8%였는데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고도성장을 거듭한 중국이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경험한 것은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이 마지막이었다. 중국은 이미 안팎에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를 정상화했음을 선언했다.

중국의 경제 수장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3일 열린 경제 전문가 좌담회에서 "전염병 충격과 세계 경제 쇠퇴가 우리나라 경제에 전례 없는 영향을 끼쳤지만 전국적 노력으로 최근 경제가 회복성 성장 추세에 접어들었고,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며 "이는 중국 경제의 강한 인내력과 거대한 개선 여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자평했다.

중국의 경기 반등의 가장 요인은 성공적인 코로나19 확산 저지로 손꼽힌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보다는 국가 전체의 안전과 이익을 앞세우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1천만 인구의 우한(武漢)시를 수개월째 통째로 격리하고 전 시민을 상대로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진행하는 등 강력한 행정력을 무기로 삼아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미국 등 타국이 자국을 상대로 부당하게 입국 제한을 한다고 비난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고 판단되자 180도 입장을 바꿔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국제선 항공편을 극단적으로 감축해 나라 문을 닫는 등 중국은 도덕적인 명분보다는 철저하게 자국의 '방역 실익'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세계 혼란 속 중국, 유일한 '플러스 성장국' 될까
코로나19 대유행이 여전한 상황에서 중국은 사실상 유일하게 경기 반등 성공한 나라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1분기 전체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1.6%를 나타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경제 역시 단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회복했을 뿐이지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중국이 대단히 뛰어난 경제 성적표를 내서라기보다는 세계 주요 국가들의 사정이 여전히 워낙 나쁘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제를 먼저 정상화한 중국의 모습이 주목받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주식·채권 시장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은 시장에서 변화된 환경에서 중국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올해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경제 성장을 할 나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 수정본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9%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8%)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경제성장률이 -8.0%로 전망된 가운데서도 오로지 중국만이 1.0%의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지켜낼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 정부 경기부양 의존한 성장 한계 지적…수요 회복·고용안정 과제
중국의 경기 회복은 아직은 인위적인 정부 부양이 견인하는 공급 주도 성장의 측면이 강해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을 극복하고자 중국 정부는 인프라 시설 투자 재원 마련에 주로 쓰이는 지방정부의 특수목적채권 발행 규모를 3조7천500억 위안(약 645조원)으로 늘리고 지급준비율과 정책 금리를 수차례 내려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등 재정과 통화 정책을 아우르는 고강도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부양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산업생산 등 공급 측면에서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로 연초 중국인들의 급여·사업 소득이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어서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내수 활성화의 중요한 척도인 소비 회복은 가장 더딘 모습을 보인다.

나라 안 수요만큼이나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부진한 나라 밖 수요도 수출 주문 감소로 이어져 많은 중국 기업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

무역대국인 중국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6.2% 감소했다.

아울러 민생 안정에 가장 중요한 척도인 고용지표 역시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서 유의미하게 내려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최우선 경제 목표로 고용 안정을 앞세운 것은 그만큼 이 과제 해결이 절박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불룸버그 통신은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재개는 (코로나19) 대유행에 여전히 휩싸인 세계에 '바이러스는 억제되고 생산이 회복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와 동시에 중국은 세계 다른 곳에서의 봉쇄에 따른 수요 감소에 취약한 상태이고, 중국 내 소비에 대한 신뢰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 짙어지는 미중 갈등 암운…재부각되는 불확실성 우려
이런 가운데 중국의 경기 반등 성공에도 짙어지는 미중 갈등의 짙은 그림자가 중국 경제에 드리우면서 불확실성 우려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홍콩 특별대우를 끝내겠다며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또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을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재 법안에도 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16일 테리 브랜스태드 중국 주재 미국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미국을 강력히 성토하고 '반격'을 다짐하면서 양국 간의 긴장감은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파기되고 미중 간 경제 전면전이 다시 발발하다면 중국과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다시 큰 충격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왕타오(汪濤) UBS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가 계속 회복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은 대중국 수출 제한을 강화하고 공급망 디커플링(탈동조화)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