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 "피해자 지칭 않는 조직, 진상조사 제대로 하겠나"

"2차 가해 대한 처벌 등 입법화해야"
n번방도 텔레그램 사진·대화 증거 채택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사진)가 여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고소인을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대해 "피해자라고 부르지도 않으면서 진상조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정 교수는 16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서울시에서도 어제 진상조사위를 작동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피해호소인이라고 하더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그런 입장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서울시에 호소를 못한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다"면서 "피해자는 장기간 피해를 당했고, 여러번 그 조직 내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네가 오인한 것이다' '그런 피해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부정하고 절차 진행을 안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것이 상당히 신뢰성이 있어 보인다. 증거로 텔레그램에서 다운받은 파일 같은 것들이 있다는 것인데, n번방 사건도 보면 그런 사진이나 동영상을 증거로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의 변호사가 이야기 한 내용을 토대로 봤을 때 성적 괴롭힘에 해당하는 증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피해를 호소했는데 피해를 받아주지도 않더니 피해자라고 지칭도 하지 않는 조직에 진상조사를 이유로 또 불려가게 생겼다"면서 "도대체 제대로 된 진상조사에 어떤 진정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교수는 "피해자가 있는데 피해자라고 부르지도 않으면서 그런 조직에 의해서 진상을 조사하겠다는 자체가 피해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박탈감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를 둘러싼 '2차 가해'에 대해서는 "피해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 안 되느냐는 데에 굉장히 답답함을 느낀다. 더군다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법적으로 처벌 받지 않는 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제대로 된 절차를 밟겠다, 진상조사 하겠다고 말씀 하신 것에 대해 환영하고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일단 2차 피해로부터 구제하는 법안을 입법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