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올랐다" vs "더 간다"…비대면株 '정점' 공방

"당분간 조정받는다"
아마존 등 美기술주 주춤하자
외국인·기관 등 차익실현
카카오·네이버·엔씨 약세로

"대체할 주도주 없다"
2차전지·바이오 등 성장세
비(非)대면주가 심상치 않다. 16일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국내 비대면주 ‘빅3’가 일제히 급락했다. ‘팡’(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라 불리는 미국 주요 기술주도 최근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활발한 오프라인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출시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도 차익실현의 빌미가 됐다. 다만 멀리 보면 비대면주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아직 많다.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

이날 네이버는 4.71%(1만3500원) 내린 27만3000원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2조2176억원 줄었다. 농심(2조2901억원)이나 GS건설(2조2307억원) 등이 하루 만에 사라진 것과 같은 규모다. 카카오와 엔씨소프트도 이날 각각 4.59%, 5.28%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소식에 오프라인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이는 대신 비대면주에선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주는 코로나19 최대 수혜주였다. 작년 말 15만3500원이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 10일 35만55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이 기간 상승률은 131.6%에 달했다. 반년 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오른 것이다. 엔씨소프트도 6일 99만5000원까지 오르며 100만원을 넘봤다. 그만큼 논란도 커졌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카카오를 좋게 보고 있지만 30만원을 돌파하고 사흘 만에 다시 35만원을 넘는 것을 보고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최근 너무 가파르게 오른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고가를 찍은 9일부터 기관은 카카오를 269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도 1962억원어치 팔았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가 나오고 있다.국내 비대면주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미국 기술주도 최근 들어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10일 32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6.0% 하락했다. 이 기간 넷플릭스(-4.6%), 마이크로소프트(-2.6%), 페이스북(-2.0%) 알파벳A(-1.4%) 등도 주가가 주춤했다.

“대체재 없어…더 오를 것”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승세가 꺾인 데 이어 비대면주도 조정받으면서 주도주가 완전히 바뀌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2차전지주인 LG화학과 삼성SDI도 각각 3.86%, 1.78%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BBIG’이라고 불리는 바이오·2차전지·인터넷·게임주의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 많다. 경기민감주 반등 랠리에 타기 위해 그동안 많이 오른 종목을 일부 팔고 있지만, 주도주를 대체할 만한 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19 충격에 성장 산업과 기업이 많이 줄었다”며 “비대면과 바이오, 2차전지 등 성장주 주가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도 “2000년대 정보기술(IT) 거품 때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적이나 금리 등에서 다른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은 과거 주도주의 상승 기간과 상승률을 토대로 현 주도주의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앙값 기준으로 과거 주도주는 보통 28개월 동안 올랐다. 상승률은 372%에 달했다. 현 주도주인 네이버는 지난해 5월부터 올랐다. 14개월째 상승세다. 이 기간 상승률은 157.7%다. 카카오는 18개월과 245.4%, 엔씨소프트는 26개월과 168.0%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 주도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것은 초저금리와 무형자산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주도주 사례를 봤을 때 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