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에 재난 지원금" 네타냐후, "정부 빚만 늘려" 반대 부딪혀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입력
수정
2조1000억원 들여 전국민 지원금 계획
중앙은행·각계 장관 등 우려 목소리
복지부장관도 "돈 무작정 뿌려선 안돼" 비판
전국민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지원을 위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계획이 각계 반대 움직임에 부딪혔다.
15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 대해 정계와 중앙은행 등에서 우려 목소리가 잇따랐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총 60억세켈(약 2조1000억원)을 들여 모든 18세 이상 국민에 대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안에 따르면 각 가구는 자녀 수에 따라 2000세켈(약 70만원)을 받게 된다. 자녀가 없는 2인가구나 1인가구는 750세켈(약 26만원)을 받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돈이 내수를 진작해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국민에 지원금을 지급하면 소비를 촉진하고, 고용을 장려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경제를 빠르게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번 계획을 실행하려면 내각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재무부 복지부 등은 전국민 지원금 계획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차별 지원금은 정부 재정적자만 크게 늘린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향후 이를 메우기 위한 증세가 줄이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재무부 내 전문가들은 실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잘 사는 이들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번 계획을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은행에서도 같은 이유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아미르 야론 이스라엘은행 총재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가 지원은 매우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수를 늘리기 위해선 전국민을 대상으로 돈을 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를 대상으로만 더 많은 지원금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구분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청백당 인사들도 비판을 제기했다. 리쿠드당과 청백당은 지난 5월 연정을 공식 출범해 운영 중이다. 이츠익 슈물리 복지부 장관은 "헬리콥터 머니를 아무데나 던지는건 답이 아니다"라며 "정말 필요한 데에 지원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원금은 가장 가난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난으로 타격을 입은 국민들을 위한 보조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전국민이 아니라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돈이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사태로 상당한 경제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세에 각 영업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실업자가 급증했다. 이스라엘 노동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이스라엘 실업률은 21%에 이른다. 실업자수는 85만명을 넘겼다. 이스라엘 경제는 올해 6% 역성장할 전망이다.
공중보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네타냐후 총리의 인기도 뚝 떨어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관련 네타냐후 총리의 대응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30% 미만에 그쳤다. 지난 12일 현지 매체 채널13 여론조사에선 코로나19 이후 이스라엘 경제상황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응답률이 75%에 달했다.
이번 주에는 수천 명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시내에서 반(反)네타냐후 집회를 열었다. 소상공인을 비롯해 여행업 등 코로나19 타격이 큰 업종 근로자들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이같은 정부 규탄 움직임이 이어지자 네타냐후 총리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전국민 대상 지원금 계획을 내놨다고 보고 있다. 국제통계 웹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16일 기준 이스라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만6000명을 넘었다. 누적 사망자 수는 384명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