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도 박원순이 보낸 사진에 시달렸다"…협력사 女직원의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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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만난 40대 여성에게 '셀카' 수차례 보내“왜 자꾸 사적인 사진을 보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꺼림칙했습니다.”
"부담스러웠지만 참다가 결국 수신 차단"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보내는 ‘셀카(셀프카메라)’에 시달린 또 다른 여성 A씨의 얘기다. A씨는 서울시 직원도 아니다. 박 전 시장의 ‘셀카 전송’은 서울시 담장을 넘어서까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17일 A씨 측근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서울시가 외부 사업자와 행사를 진행할 때 특정 프로젝트 참여자로 박 전 시장과 대면했다. A씨는 40대 여성이며 기혼자였다. A씨는 “박 전 시장과 명함을 주고받았을 뿐인데 그 이후 박 시장이 모바일메신저로 셀카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에는 늘 박 전 시장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A씨는 “박 전 시장이 집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비롯 일상이 담긴 사진을 수시로 보내왔다”며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박 전 시장이 사진을 보내기 시작한 초장기에는 “시장님 멋지십니다”라고 답장했다. 처음에는 박 전 시장의 친근한 소통 방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셀카 공세는 계속됐다. 업무 외 시간에도 그랬다.A씨는 “너무 부담스러웠고 불쾌감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박 전 시장이 보내오는 셀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서울시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하는 상황에서 박 전 시장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남편에게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더니 남편도 불쾌해했다”며 “서울시 측에 문제를 제기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냥 박 전 시장 휴대전화 수신을 차단하는 걸로 정리했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이런 행동을 단순 소통 방식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선 전문가의 의견이 분분하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본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계속 보낸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사실상 정치인인 박 전 시장의 단순한 '자기 홍보' 차원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장윤미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문제를 삼기는 어려운 사례지만 과연 성인지 감수성에 부합하느냐는 생각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8년차 직장인 김모씨는 “박 전 시장처럼 후배 직원에게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는 상사를 본적이 있다”며 “그 상황이 길어지니 ‘네 셀카도 보내달라’고 요구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딘가에 피해를 호소하기엔 너무 미미한 사안 같아 혼자 끙끙 앓았던 기억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