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주변에 코로나 격리시설이라니"…부산 송도 주민들 반발

"사전 협의 없었다" 13일부터 지정 호텔앞에서 시위
해양수산부가 부산의 주요 피서지에 있는 한 호텔을 코로나 감염 차단을 위한 외국인 선원용 격리시설로 지정하자 주민들이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앞 한 호텔을 외국인 선원 전담 임시생활 시설로 지정하고 지난 13일부터 운영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정부가 감천항 러시아 선원 코로나19 집단감염을 계기로 입항 선원에게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주요 관광지인 송도해수욕장 앞에 있는 호텔을 외국인 선원 격리시설로 지정하면서도 해양수산부는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과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구청 관계자는 "시행 하루 전날인 12일 오후 5시에 회의자료를 통해 알게 됐고, 별도 연락도 없었다"며 "여름철 관광지라는 특성상 감염 우려가 큰 데 뒤늦게 알게 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도암남관광번영회, 송림봉사단, 상인연합회 등 16개 단체는 공청회 등 주민 소통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임시 생활 시설을 결정한 데 대해 항의하며 13일부터 호텔 앞에서 밤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송도암남관광번영회 관계자는 "최소한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외국 선원 격리시설로 밀어붙인 것이 가장 큰 문제"며 "해수욕장 인근 상인과 초등학생 학부모가 코로나 감염 우려에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외국인 선원의 60∼70%가 부산으로 들어오는 와중에 최근 격리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사전에 협의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자가격리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데, 미리 공지하고 협의할 시간이 없다"며 "이런 사정으로 일반적으로 자가격리 시설을 지정할 때 사전에 통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피서철 관광지이란 점 등을 감안, 격리시설을 변경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당분간 주민들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격리시설 운영이 지연될 경우 확진자가 나온 러시아 선박의 선원들은 좁은 선내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있는 실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