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MRI 분석 1분으로 단축"…국내 의료용 'AI 솔루션' 선두주자

IPO 유망주가 몰려온다 (9) 뷰노

120개 의료기관 '뷰노메드' 적용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성장
이달 말 상장 예비심사 신청
인공지능(AI)이 엑스레이로 촬영한 어린이 손뼈 영상을 분석한다. 5초 만에 어린이의 뼈 나이가 몇 살인지 진단한다. 수만 건의 어린이 손뼈 사진을 AI가 학습한 뒤 진료를 받은 아이의 영상을 분석한 것이다. 뼈마디 간격과 모양, 크기 등을 보고 향후 아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도 예측한다. 기존에는 의사가 수십 장의 표본 사진이 담긴 도감을 비교하며 뼈 상태를 분석하는 데 수분에서 수십분이 걸렸다. AI를 사용했을 때 필요한 시간은 10초 내외다.

의료용 AI 솔루션 개발 기업인 뷰노가 선보인 골연령 판독 보조기기 얘기다. 2018년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 1호’ AI 의료기기가 됐다.

의사 돕는 AI 솔루션

뷰노는 뼈 연령 판독 보조뿐만 아니라 △뇌 자기공명영상(MRI) 스크리닝 △흉부 엑스레이 판독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판독을 보조해 주는 AI 의료기기 솔루션도 출시했다. 모두 식약처 허가는 물론 지난달 유럽연합(EU)의 CE인증을 받았다. 5개 제품 모두 EU에서도 판매 및 상용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의료기기 솔루션을 개발하는 곳이지만 의사가 세운 회사는 아니다. 회사의 방점은 ‘AI’에 찍혀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을 지낸 이예하 이사회 의장, 김현준 최고경영자(CEO·대표), 정규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14년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이 의장과 김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정 CTO는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김 대표는 “AI 기술을 갖고 창업하기로 한 뒤 다양한 산업을 살펴봤다”며 “당시 실질적인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가 의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규제가 강하고 정확도가 중요한 의료 분야 특성상 작은 테크 기업이 의료 영역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큰 성과를 낸 경우는 많지 않았다.뷰노는 이를 기회로 봤다. 병원의 수많은 의료기기에 AI를 접목하면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무궁무진했다. 먼저 의사의 영상 판독을 도와주는 기술에 집중했다. 뇌 MRI 영상에서 뇌의 영역을 100개 이상으로 분할하고 위축 정도를 정량화해 퇴행성 뇌질환 진단을 도와주는 제품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비슷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이 영상을 보고 알츠하이머 위험성을 판독하는 데 5시간이 걸렸다. 뷰노 제품은 1분 만에 전문의 수준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확인한 시장성

폐 질환을 확인할 수 있는 흉부 CT 영상 판독 보조기기는 오는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세계 200개 기관에서 자사가 공개한 다른 흉부 엑스레이 및 CT 솔루션을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AI가 인프라 및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고 했다.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사업화를 시작해 국내 약 120개 이상의 의료기관이 ‘뷰노메드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의료 분야 특성상 뷰노도 ‘죽음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성장 단계를 지났다. 올해 국내 최다 고객 수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R&D 투자 등으로 약 6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뷰노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연내 코스닥시장 입성이 목표다. 이달 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진단 보조 영역에서 치료법에 따른 예후 및 발병 예측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