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반발 의식한 문 대통령 "주식양도세 재검토"…공제한도 손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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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제 개편안 도입 시기·기준 조정 불가피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 사실상 수정을 지시하면서 기획재정부가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기재부는 지난달 발표한 개편안 중 주식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거나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을 만한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증권업계는 펀드 차익에 대한 기본공제 설정, 주식 양도세 원천징수 기간 연장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중과세·펀드 역차별 등 문제
靑 국민청원 잇따라
금융투자과세 연기 주장도
거래세 폐지는 의견차
당정 협의사항 文 한마디에 뒤집혀
기재부는 '난감'
개미 반발에 물러선 靑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이중과세’다.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에 나서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투자에 뛰어든 이른바 ‘동학개미’들은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날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금융세제 개편안을 재고해 달라는 청원이 10건 넘게 올라왔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주식 양도세 확대는 부당합니다’라는 청원에는 8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양도세 부담을 줄여 현금 부자들이 유입돼야 국내 증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와 전문가들까지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도 청와대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의 완전 폐지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7일 정부가 연 공청회에서는 “기본공제가 상품에 따라 달리 적용돼 정부가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강동익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 “월 단위 원천징수로 금융투자소득세를 공제하면 투자자들이 복리 혜택을 누릴 수 없어 문제”(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금융위원회 등 관련 정부 부처에서도 “세제 개편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식 양도세 공제 한도 올라가나
기재부가 조만간 발표할 수정안을 놓고 업계는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먼저 정부가 금융투자소득 과세 때 적용하는 기본공제 기준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2년으로 예정된 금융투자소득 도입 시기가 연기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증권거래세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복지지출 확대와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정부 재정이 급격히 악화돼 세금을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정부가 앞선 공청회에서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했던 사안들도 최종안에 반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고광효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당시 공청회에서 “주식을 담고 있는 펀드에도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월 단위로 원천징수하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분기나 반기 등에 원천징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 대폭 수정 검토하는 기재부
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지시를 받은 기재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업계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격렬하게 반발할 줄은 몰랐다”며 “대통령 지침을 잘 검토해 투자 의욕을 꺾지 않는 방향으로 잘 가다듬을 것”이라고 했다.기재부 일각에선 “함께 개편안을 만들어 놓고 기재부에만 책임을 돌린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방안을 발표하기 전 오랜 기간 청와대와 조율을 거쳤는데 이제야 공개적으로 ‘정부 부처가 잘못 만들어왔다’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논란거리를 최대한 줄이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업계 등 의견 수렴 과정을 오래 거쳤기 때문에 일부만 수정하면 될 것으로 봤다”며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정책이 확 바뀌면 새로운 허점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