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EU 회원국, 코로나19 국경통제 해제도 제각각

EU, 조율된 역내외 국경 통제 해제 권고…구속력 없어 회원국 각기 다른 조치
유례없고 급변하는 코로나19 위기서 단합된 대응 한계 또 노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취했던 역내외 국경 통제 조치를 완화하거나 해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율된 해제'를 강조한 EU의 권고와는 달리 여러 회원국이 제3국뿐 아니라 일부 EU 혹은 솅겐 협정 가입국에 대해서도 국경 통제를 유지하는 등 제각각으로 대응하면서 혼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정부를 대표하는 기구인 EU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일부 제3국 주민에 대한 여행 제한을 풀기 시작하는 데 합의하고 단계적 제한 해제에 대한 권고안을 채택했다.

EU 이사회는 권고안에서 각 회원국이 7월 1일부터 역외 국경에서 입국 제한을 해제하기 시작해야 할 10여개 국가 명단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한국, 일본, 호주 등이 포함됐다.

또 조율된 방식으로 결정되기 전에 이 명단에 없는 역외 국가에 대한 여행 제한 해제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이를 따를지는 각 회원국의 결정에 달려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는 이 같은 권고가 나온 직후 명단에 있는 모든 국가 주민에 대한 입국 제한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벨기에 등은 권고를 따르지 않고 의무 격리 조처나 입국 제한 등 기존의 통제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유럽 일부 지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네덜란드가 일주일 만에 역외 국경 통제 해제 대상국이었던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주민의 입국을 다시 금지하는 등 대응 조치도 수시로 변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48시간 이내 발급된 코로나19 음성확인서 등 필요한 서류를 지참할 경우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을 비롯해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솅겐 협정 가입국 내에서는 한 국가로 입국해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각 회원국의 서로 다른 역외 입국 제한 조치는 결국 역내 국경 통제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과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26개국이 솅겐 협정에 가입돼 있다.

솅겐 지역에서는 국경 통과 시 여권 검사 등을 생략해 가입국 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는 유럽 통합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각 회원국이 앞다퉈 일방적인 역내 국경 통제에 나서면서 '솅겐 협정'의 기능이 사실상 일시 중단됐고, 사람뿐 아니라 국경을 오가는 물자 수송에도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면서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6월 15일까지 역내 국경을 완전히 개방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고, 유럽 다수 국가가 EU 회원국과 솅겐 협정 가입국 주민에게 국경을 열고 이동 제한을 해제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국가가 특정 회원국에 대해서는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벨기에가 최근 영국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 등에서 오는 이들에게는 격리를 요구하기로 하는 등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상황에 따라 새로운 조치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코로나19라는 유례없고 빠르게 변하는 위기 속에서 EU 회원국 간 연대, 조율된 대응의 어려움과 한계를 또 한 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