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부족한 잠 주말에 보충하면 질병위험 '뚝'

한국인 1천453명 분석…1~2시간 보충수면 땐 대사증후군 위험 45%↓
66세 이상 노인은 수면 보충해도 '노화' 상쇄 못 해

주말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절반가량 낮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당,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 콜레스테롤혈증 중 3가지 이상이 한꺼번에 찾아온 상태를 말한다.

그 자체로 문제일 뿐 아니라 향후 당뇨병과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은주 교수·손수민 전공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2016년)에 참여한 20세 이상 성인 중 주중 평균 수면시간이 평균 6시간에 못 미치는 1천45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말 보충수면과 대사증후군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당뇨병, 대사증후군과 비만'(Diabetes, Metabolic Syndrome and Obesity)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절반이 넘는 52.7%(766명)가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주말에 보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이들의 보충 수면 시간을 1시간 미만(64명), 1시간 이상∼2시간 미만(241), 2시간 이상(461명)으로 나눠 수면을 전혀 보충하지 않는 사람들과 대사증후군 위험도를 비교했다. 이 결과, 주말에 보충 수면을 하는 그룹은 보충 수면을 하지 않는 그룹보다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에 가깝고, 신체활동이 활발했으며,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유의하게 더 낮은 특징을 보였다.

특히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도는 나이, 성별, BMI, 신체활동, 사회적 시차, 경제수준, 결혼상태 등의 요인을 모두 보정했을 때 주말 수면 보충시간이 1시간 이상∼2시간 미만인 그룹에서 45%의 감소 효과가 관찰됐다.

이어 1시간 미만 그룹과 2시간 이상 그룹의 대사증후군 위험 감소 효과는 각각 11%, 19%였다. 연구팀은 주말에 수면을 보충해주면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지고 염증 수치는 낮아지면서 식욕과 자율신경계 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보충 수면이 대사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은 연령대, 수면시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20∼39세, 40∼65세 그룹에서는 1시간 이상의 주말 보충수면이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었지만, 66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오히려 주말에 2시간 이상으로 너무 많이 잠을 자면 대사증후군 위험이 4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66세 이상의 경우 수면보다는 나이가 대사증후군 발병에 더욱 영향을 크게 미쳐 수면보충으로 그 위험도를 상쇄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말 보충수면의 긍정적인 효과는 앞선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학술지 '의학'(Medicine)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4천87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말에 수면을 보충하지 않는 사람은 건강 관련 삶의 질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최대 1.63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박은주 교수는 "주중에 하루 평균 6시간 이하로 자는 20∼65세 성인은 주말에 1∼2시간 정도 보충수면을 해주면 대사증후군 위험도가 의미 있게 낮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매일 7시간 정도의 적정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게 좋겠지만, 여건상 이게 어렵다면 주말 보충수면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