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기자 메일로 쏟아진 일시적 2주택자들의 절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발 살려주세요. 평생 모은 돈이 휴지조각이 될까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지난 15일부터 기자의 이메일로 “억울하고 두렵다”는 호소가 수십 통 쏟아졌다. 정부가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의 소급 적용을 받아 ‘취득세 폭탄’을 맞게 됐다는 일시적 2주택자들의 절규였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공식 블로그에서 7·10 대책과 관련된 세부 지침을 공지했다. 대책 시행일 이후 일반 주택 매매는 3개월 이내, 분양권은 3년 안에 취득을 완료하지 않으면 기존 세율(1~3%)보다 두 배 이상 높은 8%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이들이 기자에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내온 이메일에는 그만큼 절절한 사연이 적혀 있었다. 자신을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아줄 것으로 믿고 오랫동안 반지하 다세대 주택에 살며 괜찮은 동네로 이사갈 기회만 기다렸다”고 했다. 하지만 갈수록 집값이 뛰면서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수도권에 아파트를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커졌고, 지난달 있는 돈을 모두 끌어모아 작은 아파트 하나를 샀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잔금 지불일이 내년 5월이라 꼼짝없이 취득세 8%를 내게 됐다는 것이다.
A씨처럼 이메일을 보내온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가 권력의 무서움을 느꼈다”고 했다. B씨는 “대책 이전 주상복합 주택의 분양권을 취득했는데 공사기간이 길어 2023년 10월 입주 예정이라고 한다”며 “꼼짝없이 5000만원에 달하는 취득세를 추가로 내야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방에 팔리지도 않는 집이 한 채 더 있다고 다주택자 투기꾼으로 몰려 평생 모은 돈이 휴지조각이 되게 생겼다”며 “국가가 예고도 없이 국민들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해도 되냐”고 한탄했다.

사실 이들이 무조건 수천만원에 달하는 '취득세 폭탄'을 맞는 건 아니다. 정부가 대책 시행일 이전에 주택 매매 계약을 한 일시적 2주택자에게는 기존 취득세율인 1~3%를 적용하기로 해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사 등의 이유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사람들은 유예기간 내에 기존 집을 팔기만 하면 된다”며 “유예기간은 1~3년 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예기간 내에 집을 팔지 않는 사람만 주택가액의 5~7%의 취득세를 추가로 내면 된다는 설명이다.하지만 이들의 불안을 ‘잘 몰라서 생긴 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정책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을 떨어트리는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과세 대상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고,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 처분 유예기간 등 일부 내용은 확정조차 하지 않고 발표했다. 언론의 비판이 제기된 뒤에야 정부가 이를 반박하는 형태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는 일도 반복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가 일시적 2주택자와 실수요자에게는 징벌적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수 차례 발표해 이번 대책때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도 정책을 만드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정부의 의무다. 국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부동산 관련 정책은 더욱 그렇다. 공무원들은 정부의 이런 태도가 “집값 잡는 정책이 아니라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정책 같다”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성수영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