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몇천만원씩 벌었는데…" 코로나 6개월에 '초토화'

코로나 6개월 [BC+AC] 1편

▽ '사상 초유' 개학 연기·원격 수업에
▽ 학생 북적이던 학교 앞 상권 '쑥대밭'
▽ "지원금, 반짝 매출일뿐…버팀목 사라져"
▽ 급식업체·농가 비상 "이러다 모두 망해"
[편집자 주] 7월 20일은 국내에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꼭 6개월째 되는 날입니다. 6개월 간 전염병과 사투를 벌인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늘상 마주했던 일상 속 풍경 상당수가 소리없이 사라지고 해체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Before Corona, BC)과 이후(After Corona, AC) 6개월 너무나 빨리 변해버린 일상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00초중학교 인근 대로변.사진=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지금부터가 더 문제입니다."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00중학교 근처 골목상권 사장님들이 입을 모아 내뱉은 얘기다.

평일 오후 3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이 대로변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대로변을 따라 위치한 학교만 총 4개. 초등학교 1곳과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있어 대로변엔 아이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후 6개월 간 거리의 모습은 180도 바뀌어버렸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00중학교 앞 정류소. 대로변을 따라 총 4개의 학교가 있다.=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평소 같으면 아이들의 등하교로 시끌벅적한 거리가 코로나19 확산 후 적막만이 감돌고 있다.사진=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무더운 날씨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기자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내부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가게의 주인들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TV·핸드폰을 보고 있거나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이었다.

코로나19 수도권 중심 재확산…세계적 대유행 가능성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는 '2차 유행'을 지나 오는 9월부터 '대유행'시기를 맞을 전망이다. 7~8월 여름 휴가철에 조용한 전파가 시작된 뒤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에는 세계적인 대유행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내에선 지난 2~3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1차 유행 시기를 보냈으며 5월부터는 수도권과 광주, 대전 등을 중심으로 재확산 중이다. 최근에는 해외유입 확진자가 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반 년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소비 수출 생산이 차례로 얼어붙었다. 특히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면서 학교 주변 상권은 그야말로 초토화다.

지난 5월20일 고등학교 3학년이 처음으로 등교를 시작한 뒤 6월 초까지 전국 학교와 유치원에서 등교·등원을 시작했다. 입시·취업을 앞둔 고3은 매일 등교하지만 다른 학년은 등교와 원격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초등학생의 경우 주 1~2일 등교하는 경우가 많고 중·고등학교는 단축 수업을 진행하는 곳이 꽤 많다.

어렵사리 등교를 시작했지만 학생 수가 급격히 줄자 학교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00중학교 인근에서 닭꼬치를 파는 치킨집 사장 A씨는 "아이들이 전혀 오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월 매출이 몇 천만원씩 됐지만 지금은 임대료를 겨우 내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문구점 사장 B씨는 "아이들이 그립다"고 했다. 그는 "수업재료나 장난감 필기구 등을 사러 오는 아이들의 발길이 이전과 비교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다. 요즘은 퇴근도 1시간 일찍한다"고 언급했다.

장사가 안돼 울며 겨자먹기로 배달을 시작한 곳도 있었다. 토스트를 파는 00가게의 사장 C씨는 "학생들이 2시반에 수업을 마치는 데 배가 고프겠냐"며 "최근 배달을 시작하면서 일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생 2명을 시간제로 고용했더니 한 달에 100만원 씩 꼬박 지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 인근 자영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달 들어 어려움이 더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러 오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D씨는 "학생 수요가 없어도 6월까진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는 인근 주택가 손님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며 "버팀목이 사라진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2차 재난지원금 시행 여부 촉각…대구 제주는 지급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5월 소득·재산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인 가구 40만원부터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까지 지급됐다. 이에 5~6월 간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나타나며, 소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듯 했으나 상당 부분 소진되면서 소비가 다시 위축됐다. 여기에 주춤하던 확진자가 다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소비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일부 인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제주를 비롯한 일부 광역 및 기초 지자체는 이미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거나 준비를 논의 중이다.

반면 정부는 취약계층 선별지원에 주력해야 한다며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에 준하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더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어야 추가 지원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긴급재난지원금에 따른 긍정적 효과 조차 기대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임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가 중단되면서 단체 활동과 관련된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인 업체는 단체 티셔츠를 제작하는 업체다. 해당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든 이상 소상공인 지원책 등은 '언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 단체티 판매업체 관계자는 "지금 반티 모임티 등 단체티 판매 및 제조 공장들은 공황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99% 줄었다고 보면 된다"며 "확산 초기만 해도 각종 행사가 많은 가을에는 괜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버텼지만 이젠 그 희망도 사라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등교 연기로 급식재료 납품 못한 금액만 6325억원

개학 연기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자 식재료 납품 업체와 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등교가 연기됐던 3개월(3~5월) 간 약 6325억원에 해당하는 학교급식 식재료가 납품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별로는 3월 1818억원, 4월 2312억원, 5월 2195억원으로 추산된다.
출처=한국농촌경제연구원.
현재 학교 급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품목류는 채소류, 우유류, 곡류, 육류, 과실류 순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품목별로 육류(1677억원)와 채소류(997억원), 곡류(829억원) 식재료가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학교 급식으로 생계를 유지했던 농가들은 '이러다 모두 망한다'고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보관 기간이 짧은 채소와 우유 등은 저장이 힘들어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농가 돕기 판촉 행사나 농산물 꾸러미를 만들어 학생 가정, 자가격리자 등에 지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김상효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농가의 경우 외식,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식재료 업체에 대한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생산자들이 생산자단체나 품목별 자조금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납품처를 다각화 하는 등의 노력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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