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돈·정치…임시공휴일을 보는 3가지 시선 [여기는 논설실]
입력
수정
오는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모양이다. 그러면 광복절인 15일(토)부터 17일(월)까지 사흘 연휴가 생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코로나19 장기화로 의료진과 국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법정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날이 많아 전체 휴일 수가 예년보다 적다”며 “심신이 지친 국민과 의료진에게 조금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 내수 회복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임시공휴일 지정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벌써부터 찬반양론이 비등하고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2015년과 2016년 2017년에도 있었다. 이번에는 3년 만이다. 임시공휴일을 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총리의 말처럼 ‘휴식’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직원들에게 ‘꿀 연휴’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다. 법정 공휴일조차 쉬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하루 벌어 사는 일용직, 쉬지 않고 기계를 돌려야 하는 중소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에게는 임시공휴일이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커진다.
2015년 임시공휴일에 중소기업의 61%, 중견기업의 40%가 쉬지 못했다. 2016년에도 중소기업의 63%는 일했다. 하루만 쉬어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도 하루 쉬면 임대료와 관리비만 손해 본다. 유치원·어린이집 등의 임시 휴교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맞벌이 부부 역시 타격을 입는다.
둘째는 ‘돈’이다. 정부는 ‘내수 회복’ 등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2017년 당시 연구기관들이 추정한 금액을 보면 432억원, 2조원, 19조원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432억원의 근거는 과거 지출액 추이를 통해 1인당 국내 여행비를 919원으로 가정하고 15세 이상 인구 4300만 명을 곱한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여행지출액 추정이었다.
2조원이라는 수치는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임시휴일에 쉬고 1인당 8만원씩 쓴다고 가정한 결과였다. 8만원은 과거 임시휴일에 지출한 금액 추정치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수치다.
19조원의 근거는 소비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만족도까지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여기에서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비용 7조원을 빼면, 순수한 경제효과가 12조원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집계한 자료도 있다. 2016년 5월 5일부터 8일까지 임시공휴일이 포함된 연휴기간에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 매출은 각각 16.0%, 19.2%, 4.8% 증가했고 고궁·박물관·야구장 입장객 수는 각각 70.0%, 17.3%, 43.9%나 늘었다. 고속버스·철도·국내선 항공기 탑승객 수도 각각 18.1%, 8.5%, 5.0% 증가했다.
그러나 이것이 경제 전체에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휴일이 하루 늘면 월 수출 증감률은 4.4%포인트 떨어진다. 유통업계는 반기지만 제조업에선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17년 5월 조기 대선이 있었을 때 지정된 임시공휴일에는 소매 판매액이 거꾸로 0.3% 감소하기도 했다.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는 그때그때 다르게 나타났다. 그래서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 처방은 아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평소 바빠서 자주 못가던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쇼핑을 하면 다른 기간에는 그만큼 쇼핑을 덜하게 된다. 여행도 연휴 기간에 다녀오면 한동안 가지 않는다. 결국 국민들이 각자 버는 돈은 늘지 않고 소비도 잠깐 늘어날 뿐 전반적으로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이처럼 임시공휴일의 경제 효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도 기껏 1~2년에 한 번 정도 지정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가끔 언급되는 것이 ‘대통령 지지도’와 임시공휴일의 상관관계다. 이 관점은 2015년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장기화하면서 하락했던 박근혜 정부의 당·청 지지율이 8·14 임시공휴일 지정과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발표 직후 4.6%포인트나 반등했던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 반등과 임시공휴일 효과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도 지난해 잠깐 ‘임시공휴일 검토’ 시기에 상승한 적이 있지만 그 때문만이 아니었다. 올해는 오히려 “돈 더 벌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자꾸 쉬라고 하니 미치겠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결국 진정한 휴식과 경제 살리기는 억지로 쉬라고 하는 것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와 일거리를 함께 늘리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렇지 않으면 “놀 시간이 아니라 놀 돈이 없다”는 소리만 자꾸 나온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에 대해 벌써부터 찬반양론이 비등하고 있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2015년과 2016년 2017년에도 있었다. 이번에는 3년 만이다. 임시공휴일을 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총리의 말처럼 ‘휴식’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직원들에게 ‘꿀 연휴’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다. 법정 공휴일조차 쉬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하루 벌어 사는 일용직, 쉬지 않고 기계를 돌려야 하는 중소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에게는 임시공휴일이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커진다.
2015년 임시공휴일에 중소기업의 61%, 중견기업의 40%가 쉬지 못했다. 2016년에도 중소기업의 63%는 일했다. 하루만 쉬어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도 하루 쉬면 임대료와 관리비만 손해 본다. 유치원·어린이집 등의 임시 휴교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진 맞벌이 부부 역시 타격을 입는다.
둘째는 ‘돈’이다. 정부는 ‘내수 회복’ 등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2017년 당시 연구기관들이 추정한 금액을 보면 432억원, 2조원, 19조원 등으로 천차만별이다. 432억원의 근거는 과거 지출액 추이를 통해 1인당 국내 여행비를 919원으로 가정하고 15세 이상 인구 4300만 명을 곱한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여행지출액 추정이었다.
2조원이라는 수치는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임시휴일에 쉬고 1인당 8만원씩 쓴다고 가정한 결과였다. 8만원은 과거 임시휴일에 지출한 금액 추정치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수치다.
19조원의 근거는 소비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만족도까지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여기에서 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비용 7조원을 빼면, 순수한 경제효과가 12조원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집계한 자료도 있다. 2016년 5월 5일부터 8일까지 임시공휴일이 포함된 연휴기간에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 매출은 각각 16.0%, 19.2%, 4.8% 증가했고 고궁·박물관·야구장 입장객 수는 각각 70.0%, 17.3%, 43.9%나 늘었다. 고속버스·철도·국내선 항공기 탑승객 수도 각각 18.1%, 8.5%, 5.0% 증가했다.
그러나 이것이 경제 전체에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휴일이 하루 늘면 월 수출 증감률은 4.4%포인트 떨어진다. 유통업계는 반기지만 제조업에선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017년 5월 조기 대선이 있었을 때 지정된 임시공휴일에는 소매 판매액이 거꾸로 0.3% 감소하기도 했다.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는 그때그때 다르게 나타났다. 그래서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 처방은 아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평소 바빠서 자주 못가던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쇼핑을 하면 다른 기간에는 그만큼 쇼핑을 덜하게 된다. 여행도 연휴 기간에 다녀오면 한동안 가지 않는다. 결국 국민들이 각자 버는 돈은 늘지 않고 소비도 잠깐 늘어날 뿐 전반적으로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이처럼 임시공휴일의 경제 효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도 기껏 1~2년에 한 번 정도 지정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가끔 언급되는 것이 ‘대통령 지지도’와 임시공휴일의 상관관계다. 이 관점은 2015년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장기화하면서 하락했던 박근혜 정부의 당·청 지지율이 8·14 임시공휴일 지정과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발표 직후 4.6%포인트나 반등했던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 반등과 임시공휴일 효과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도 지난해 잠깐 ‘임시공휴일 검토’ 시기에 상승한 적이 있지만 그 때문만이 아니었다. 올해는 오히려 “돈 더 벌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자꾸 쉬라고 하니 미치겠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결국 진정한 휴식과 경제 살리기는 억지로 쉬라고 하는 것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와 일거리를 함께 늘리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그렇지 않으면 “놀 시간이 아니라 놀 돈이 없다”는 소리만 자꾸 나온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