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호남도 분노"…통합당이 '부동산 올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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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WIFI"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방송 토론 후 마이크가 꺼진 것으로 착각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 의원발 멘트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배경이 '민주당' 회의실이 아닌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실에 등장했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실정을 드러내겠다는 의도인 동시에, 통합당이 얼마나 부동산 공세에 '올인'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는 평가다. 통합당은 정부여당을 타겟으로하는 부동산 공세에 말그대로 '총력'을 동원하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는 연일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당내 부동산 태스크포스(TF), 부동산 관련 토론회 등 개별의원들도 총공세를 펼치며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통합당이 이처럼 부동산 문제에 집중하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건 이번이 중도표심, 나아가 중도진보의 표심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얼마전 '부동산 정책 국민인식 조사분석'이라는 보고서를 각 통합당 의원에게 보냈다. 이 보고서는 이번 부동산 문제를 '정책,전략적으로 주목해야할 매우 특이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논쟁을 불러왔던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탈원전, 공수처 등 경제·사회와 관련된 정책 이슈는 유권자들의 정치성향과 궤를 같이했던 반면 부동산 문제는 이러한 경향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즉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소주성 같은 이슈의 경우 진보성향의 유권자나 호남지역 유권자들은 찬성 경향, 보수성향의 유권자나 영남지역 유권자들은 반대 경향이 뚜렷해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부동산 이슈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는 심지어 진보성향 유권자들까지 명백한 반대를 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원이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과 7.10 보완대책이 나온 이후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드러났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문제에 대해 지역,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계층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 앞질렀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호남권에서조차 부정(47.4%)이 긍정(41.5%)평가 보다 높았다.
6.17 대책에 대해서도 이념성향별로 진보층을 제외하곤 모든 연령, 지역, 직업군에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질렀다. 문 정부의 정치적 기반인 30~50대, 호남권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율로만 놓고 본다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게 당내 자체 평가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7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2월 4주차 이후 20주만에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고, 민주당 지지율 역시 지난주에 비해 4.4%포인트 내린 35.3%를 기록하며 동반 하락했다. 반면 통합당은 지난주에 비해 1.3%포인트 오르며 30%대로 올라섰다. 민주당과 통합당 지지율 격차는 4.3%포인트로 통합당 창당 이후 가장 좁은 격차다.통합당은 이번 기회를 최대한 살려 이러한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 실정의 반사이익을 넘어 중도층 표심을 잡을 정책 대안 역시 적극적으로 내놓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정부에 대한 분노로 인한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치고나갈 시점"이라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