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구조조정하면 노동생산성 年 1% 상승"

韓銀 "일반기업 고용증가율도
평균 0.4%P 높아졌을 것"
벌어들인 현금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좀비기업)을 정리하면 전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1%가량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좀비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세밀한 구조조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한계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투입량 대비 부가가치·산업생산 산출량 비율로 산정한다. 노동투입량이 적을수록, 부가가치와 산업생산 산출량이 클수록 노동생산성은 높게 나타난다.

보고서는 2010~2018년 한국 제조업체 7만675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7.4%에서 2018년 9.5%로 2.1%포인트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좀비기업은 출범한 지 10년 이상 된 기업 중에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이다. 송상윤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빠르게 퇴출되지 않으면서 좀비기업 비중이 늘었다”며 “금융회사의 느슨한 대출 관행과 국가의 정책금융 지원, 높은 폐업 비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별로 보면 조선업과 섬유업에서 좀비기업 비중이 평균 10%를 웃돌아 상대적으로 높았다. 조선업체 및 조선기자재업체가 몰려 있는 기타운송장비산업은 2016~2018년 좀비기업 비중이 17.6%에 달했다. 섬유산업도 14.8%로 15%에 육박했다.보고서는 좀비기업은 전체 제조업의 경쟁력과 노동생산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좀비기업 노동생산성이 일반기업의 평균 48%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동생산성이 낮은 좀비기업에 인적·물적자원이 흘러가면서 자원 배분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분석 기간에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일반기업의 노동생산성은 평균 1.01%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일반기업의 유형자산 증가율과 고용증가율도 각각 0.5%포인트, 0.42%포인트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송상윤 부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못하는 이유를 면밀하게 분석한 뒤 구조조정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