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과 다른 기업 간 가치를 극단으로 벌렸다. 두드러진 승자로 아마존닷컴 등이 있지만 소규모 작은 유럽 디지털 기업들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시가총액 상위 기업 세 개가 특히 눈에 띈다. 암스테르담은 17세기 주식회사가 처음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스티븐 윌멋 < WSJ 칼럼니스트 >
음식 배달 서비스업체인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은 그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달 미국 동종업계 회사인 그럽허브 인수를 발표해 더 유명해졌다. 전염병 발생 초기 다소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안전한 가정에서 명품 레스토랑의 맛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이 회사 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다.
프로서스 등 디지털 기업 각광
결제 서비스를 하는 아디엔도 있다. 아디엔은 우버, 스포티파이와 같은 디지털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사람들이 신속하고 편리하게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객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은 아디엔의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올해 거의 두 배로 증가해 420억유로(약 51조원)에 달한다.지난해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하이테크 투자업체 프로서스도 유명하다.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 투자사이기도 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400억유로(약 192조원)에 이른다. 프로서스는 대부분 사업을 결제 서비스, 온라인 광고 등 전염병과 관련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적 성장보다 기업 투자로 훨씬 더 알려져 있다.
암스테르담의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인 걸까. 프로서스처럼 기업 투자업은 네덜란드 문화와 매우 친근하다. 아디엔과 저스트잇은 암스테르담의 하이테크 문화에서 자란 기업이다. 암스테르담은 초기 인터넷 도입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호텔예약 사이트 부킹닷컴의 고향이다. 호텔예약 사이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일부 디지털 사업 중 하나다. 부킹닷컴은 지금도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 온라인 여행사 부킹홀딩스(옛 프라이스라인)의 가장 중요한 부문 중 하나다.
美 IT 기업과 경쟁엔 한계도
유럽 다른 도시에서도 인터넷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재료 키트 배달 사업을 하는 헬로프레시와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 패션 사업을 하는 잘란도는 모두 독일 베를린이 발상지다. 식료품 배달 업체 오카도는 영국 런던 근교를 거점으로 하고 있다.이런 유럽 기업은 미국이나 중국의 대형 정보기술(IT)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 투자가가 주시해야 할 장기적 리스크일지도 모른다. 아디엔은 특히 틈새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에만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단기적으로도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료로 성장한 사업들은 지나치게 거품이 끼어 있다는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한 유럽 인터넷 기업들은 각광을 받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계속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이 글은 스티븐 윌멋 WSJ 칼럼니스트의 ‘World’s Oldest Stock Market Has New Tech Cluster’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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