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잔혹해야…" 유족 통탄 '고유정 사건' 대법원 간다

전 남편 살해 혐의 '무기징역'·의붓아들 살해 '무죄'
검찰 "항소심 판결, 채증법칙 어겨 사실관계 오인"
지난 15일 오전 제주지법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사진)이 결국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1일 "고유정 항소심 판결이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관계를 오인했다"면서 대법원에 고 씨 사건에 대한 상고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채증법칙이란 증거를 취사선택하는 데 지켜야 할 법칙으로, 검찰이 제시한 유력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은 잘못됐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또 법리 오해, 양형 부당 등을 상고 이유로 꼽았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25일 오후 8시10분에서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바다와 쓰레기 처리시설 등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해 3월2일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의붓아들의 등 위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눌러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자 전 남편 유족 측은 "피해자를 어떻게 더 잔혹하게 살해해야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고, 의붓아들 측 변호인도 "법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전 남편인 피해자를 면접교섭권을 빌미로 유인,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시신을 손괴·은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다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검사가 제출한 간접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부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확정적이지 않고 당시 현장 상황이나 전제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 사망 전 피해자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상태였고 왜소했으며, 친부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평소 잠버릇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포압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