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으로 미술관 경계를 허물다…'프로젝트 해시태그'전(종합)

국립현대미술관-현대차, 협업 형태 프로젝트 지원사업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로비에 일반 관객이 그린 소묘 작품 수십장이 붙었다. 얼마 전까지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제니 홀저가 제작한 포스터 1천600여장으로 가득 찼던 벽면이다.

석고 소묘는 오는 24일 개막하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 전에 참여하는 강남버그 팀의 관객 참여형 이벤트 '천하제일 데생대회'의 결과물이다.

참가자들이 서울관 로비에서 그려 제출한 석고상 그림을 온라인 투표로 순위를 매겨 전시한다. 데생대회는 옛 추억을 되살리면서 여전한 입시와 사교육 열기를 성찰하게 한다.

석고상 소묘는 한때 미대 입시의 필수 과제였다.

대형 입시미술학원에서는 시험문제로 출제되는 석고상을 외워서 그리도록 암기식 수업을 시켰다. 강남버그의 박재영은 21일 "주입식 교육의 상징인 석고 소묘는 2000년대 초반 이후 대부분 대학 입시에서 사라졌다"라며 "이제는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된 석고 소묘를 미술관 로비에 붙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해시태그(PROJECT #)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자동차와 함께 차세대 창작자들을 발굴하는 공모 프로그램으로, 서로 다른 분야 창작자들이 협업하는 형태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다.

5년간 매년 2팀씩 총 10팀을 선정해 각 팀에 창작 지원금 3천만원과 창작 공간을 제공한다. 프로젝트 결과물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된다.

작년 진행된 첫 공모에는 총 203팀이 지원했다.

그중 기획안의 파급력과 협업의 확장성 등을 고려해 강남버그와 서울퀴어콜렉티브가 선발됐다.

형식과 경계를 허물고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협업을 시도한 두 팀은 공교롭게도 서울의 특정 지역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전통적인 미술 영역을 벗어나 미술, 건축, 디자인 등 장르를 넘나든다.

강남버그는 경제 개발의 상징인 강남 지역을 일종의 오류(버그)라고 간주하고 강남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통해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을 관찰한다.

사교육 중심지 강남을 떠올리게 하는 '천하제일 데생대회' 외에 강남 주요 지역을 관광코스로 운행한 '강남버스', 도시 건축의 시선에서 강남을 바라보는 '마취 강남' 등을 선보인다.

서울퀴어콜렉티브는 종로3가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밀려난 노숙자, 탑골공원의 빈민 노인 등의 소수자를 '도시퀴어'라고 명명하고 이들의 문제에 주목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은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파격적이고 개방적인 공모의 결과물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독려하고 차세대 예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 해시태그가 차세대 크리에이터들에게 진취적이고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