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폐쇄' 제동 건 윤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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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취약계층 배려 필요"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이 21일 “코로나19를 이유로 은행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를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 "비효율 점포 어쩌나"
윤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최근 은행들의 점포 폐쇄 확대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금감원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취지로 당부했다. 윤 원장은 “은행의 점포망 축소는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추세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돼선 안 된다”고 했다.윤 원장은 “최근 코로나19 영향과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올 상반기 4대 은행은 총 126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지난 한 해 동안 폐쇄한 점포 수(88개)를 이미 넘어섰다.
윤 원장은 “은행 스스로 소비자의 금융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포를 축소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간부들에게는 “점포 폐쇄와 관련해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의 감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금감원은 통상 간부회의에서 윤 원장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날은 적극적으로 언론에 배포했다. 윤 원장이 점포 축소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은행연합회와 함께 마련한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 등을 은행들이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 규정은 은행 지점을 닫을 때 사전 영향평가를 거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같은 대체 수단을 확보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에 대한 문제 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고비용 구조의 원인인 ‘비효율 점포’를 그대로 놔두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 점포 수를 직접 통제할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