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정보 공유통로' 막힌 금융사·핀테크
입력
수정
지면A14
금융사 "핀테크, 금융사 아니다"금융회사와 핀테크업체들이 연체 정보를 공유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핀테크사들은 굳이 금융사들과 정보를 연동하지 않아도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사도 신용불량자의 연체 정보를 핀테크사에 건네줄 의무는 없다. 양방향으로 정보 교류 통로가 막히면서 다중채무자의 연쇄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불량자 정보 등 공유 않기로
핀테크 업체 "휴대폰 소액결제
정보로 리스크 관리 가능"
"다중채무자 연쇄 부실" 우려도
“핀테크 연체해도 신용등급은 그대로”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은 금융사들로부터 받은 신용불량자 정보를 핀테크사에 공유해 줄 의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신용정보원 신용정보관리규약과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업체 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소비자 개인의 대출정보와 신용정보는 금융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에 제공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3개월 이상 100만원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한국신용정보원이 5년간 해당 정보를 관리한다.핀테크사의 연체정보도 공유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되는 핀테크사의 연체정보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관리한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금융 신용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정보원과 소액 후불결제 정보를 공유할 의무가 없다.
금융사 관계자는 “핀테크 후불결제를 연체해도 금융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반대로 금융사 연체가 있어도 핀테크 후불결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깜깜이 대출’ 늘리는 칸막이 규제
핀테크 후불결제뿐만 아니라 휴대폰 소액결제 연체정보도 신용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민간 개인신용정보(CB)업체는 신용점수를 매길 때 한국신용정보원을 통해 건네받은 금융정보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재조정 합의 결과와 상환 실적, 국세청의 체납 정보 등 공공기관 신용정보도 민간 CB업체는 받아볼 수 없다. 법원의 개인회생·파산과 채무정보자 명부 등 자영업자 신용평가에 필요한 자료도 구하기 힘들다.대출규모와 담보 종류 등도 핀테크사들이 민간 CB업체에서 직접 받아볼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신한은행에서 1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더라도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핀테크사들은 이 같은 정보를 알 수 없고, 대신 신용점수로 뭉뚱그려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정보에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금융 신용정보가 없어도 소액 후불결제 한도를 관리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금융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금융사의 다중채무자가 핀테크사 후불결제로 다수의 신용결제를 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종별로 규제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연체’라는 행위를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라는 ‘칸막이’식 분류 때문에 연쇄 부실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