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한류 확산 비결은 신선한 기획·감동적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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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예능 '투게더' 제작한 장혁재 컴퍼니상상 대표2015년 독립 제작사 컴퍼니상상을 설립한 장혁재 대표(49)는 ‘예능 한류’를 이끄는 리더다. SBS 프로듀서 시절 그가 기획과 연출에 참여한 ‘런닝맨’은 2013년 중국에서 리메이크 버전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으로, 컴퍼니 상상이 제작한 ‘범인은 바로 너’ 시리즈가 시청 조회수 3억 뷰 이상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지난달 26일 선보인 예능 ‘투게더’도 베트남과 태국 등 아시아 5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조회수 ‘톱10’에 들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각국에서 예능을 히트시킨 장 대표를 21일 서울 수하동 넷플릭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먼저 ‘투게더’의 성공 요인을 물었다. “한국 이승기, 대만 류이호라는 양국 톱스타가 팬들의 요청으로 함께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어드벤처 예능이란 점이 팬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듯합니다.”
中서 '런닝맨' 열풍 이끈 주역
넷플릭스 3억 뷰 '범인은…' 이어
'투게더' 亞 5개국서 톱10 인기
"스타들이 참모습 드러낼 때
시청자에게 박수 받을 수 있죠"
‘투게더’의 두 주인공은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로 소통하면서 인도네시아, 태국, 네팔 등으로 떠나 팬들이 요구하는 각종 체험미션을 수행한다. 밧줄을 타고 깊은 동굴 속으로 내려가 램프를 가져오거나, 래프팅을 하고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그들은 실수를 거듭하면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다. “이런 기획은 처음입니다. 두 스타가 팬들을 만나는 과정은 지난합니다. 미션은 쉽지 않고, 비용적인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니까요.”‘투게더’는 브로맨스(우정)까지 기대하게 한다. 이승기와 류이호는 시간이 흐르면서 친해지고, 닮아간다. 그들이 힘든 여정 끝에 팬들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뭉클한 감동까지 전해준다. “이 포맷을 할리우드 스타와 아시아 스타의 만남 등으로 확대해도 됩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스타들이 서투른 말로 의사소통하면서 각종 체험을 하는 과정을 통해 외국의 관광자원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해주는 거죠.”
장 대표는 지난 2월 ‘범인은 바로 너’ 시즌2를 공개한 데 이어 시즌3 촬영도 거의 마친 상태다. 이 예능은 유재석, 이광수, 박민영 등이 참여해 가상의 살인사건 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드라마 구조 속 여러 상황에서 출연자들이 탐정 미션을 수행합니다.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반전도 있죠. 살인사건이란 하드코어가 예능에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요소입니다.”그는 “이 작품에선 연기가 중요한 요소”라며 “연기에 능한 유재석, 이광수, 박민영 등은 한류스타이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런닝맨’이 예능 한류의 시초였음을 상기시켰다. SBS 제작진이 기획·제작해 2013년부터 중국 저장위성TV에서 방영한 ‘중국판 런닝맨’은 시즌4까지 제작됐고, 평균 시청률 4~5%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2%대면 초대박급으로 인정받는다. 시청률 연동 계약에 힘입어 당시 SBS는 한국 단일 방송프로그램으로 중국에서 가장 큰 수익을 거뒀다.
‘예능 한류’를 글로벌 시장으로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신선한 포맷과 감동적인 연기가 필요하죠. 톱스타들이 실제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낼 때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냅니다. ”그는 최근 대부분 톱스타가 예능에 출연하는 게 유행이 됐다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나 교양물, 드라마적인 요소를 융합시키면서 예능은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톱스타도 이런 예능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스타가 참모습을 보여주면 상품성과 시장성도 커집니다.”
넷플릭스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장단점은 무엇일까. “글로벌 시장에 작품을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제작비도 충분히 주고, 제작 기간도 여유롭기 때문에 좋은 출연자를 섭외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요. 무엇보다 크리에이터들에게 독립성을 보장해줍니다. 이전에 없던, 세상에 없는 포맷을 긴 설명을 하지 않고 만들 수 있도록 해주니까요. 다만 지식재산권(IP)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아쉽죠.”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