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지노믹스, 자회사 설립하는 까닭

섬유증 신약개발 '마카온' 설립
사업부문 추가 분사도 검토

모회사 노하우로 빠른 성장
투자유치 위한 꼼수 지적도
국내 바이오업계에 자회사 설립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 유치가 유리한 데다 질환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최근 섬유증 전문 자회사 마카온을 설립했다. 마카온은 크리스탈지노믹스로부터 신약 후보물질 ‘CG-750’을 도입했다. CG-750은 정맥주사 제형의 췌장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다. 마카온은 이를 경구제로 바꿔 섬유증 치료제로 개발한다. 회사 관계자는 “치료제가 없는 섬유증 신약은 시장성이 큰 분야”라며 “마카온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신약 후보 ‘CG-549’의 네덜란드 임상 1상을 최근 마쳤다. 미국에서 임상 2a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CG-549의 임상 1상을 했으나 알약을 6개 동시에 복용해야 해 환자 불편이 컸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임상에서는 알약 수를 2개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항암제 등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섬유증 후보물질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세운 데 이어 추가로 자회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제넥신, 헬릭스미스, 노브메타파마, 마크로젠 등도 국내외에 자회사를 세웠다. 바이오벤처가 자회사 설립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마카온은 자금을 100% 외부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비상장사가 상장사보다 투자 유치가 더 자유롭고 쉽다”며 “기관투자가들이 더 쉽게 투자하려고 자회사 설립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두 곳의 출범을 준비 중인 헬릭스미스도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 후보물질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경험을 살려 모회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창업 생태계를 꾸리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자회사 노브메타헬스를 두고 있는 노브메타파마의 이헌종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흔한 모델인데 한국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기존 기업이 후보물질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보다 새로운 기업을 내세우면 가치도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이 같은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신약 개발의 기본인 기초연구보다 자금 조달이라는 ‘젯밥’에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국내 바이오기업은 규모가 작다”며 “한데 모아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데 이를 분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은 자회사를 설립했지만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대학, 연구소 등에서 적응증과 원리가 서로 다른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자회사 설립 전략이 유용하다”면서도 “그런 통로 없이 자회사가 모회사와 유사한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데 그친다면 이점이 없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