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국회, 세종 옮겨도…"임기 4~5년 비서·의원들 서울 집 팔겠나"

부동산 정책 vs 지역 균형
'행정수도 완성' 놓고 논란
여당에서 청와대, 국회 등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가 세종으로 이전해도 서울의 위상은 안 변해요. 서울에 살고자 하는 수요는 여전할 것입니다.”(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세종시로 이전하면 서울 집값이 잡힌다고요? 서울과 세종 집값이 같이 오를 겁니다.”(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당이 제안한 ‘행정수도 완성론’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이 부동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집값을 잡을 마땅한 방법이 없자 화제를 전환하려는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세종 이전해도 서울 집값 안 잡혀”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 집값에 미칠 영향을 설문한 결과 대부분이 “국회, 청와대 등이 모두 내려가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국회, 청와대가 있어서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다”며 “세종 이전으로 서울 중심의 정치·경제 구조를 바꾸겠다는 상징적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집값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회 등이 세종으로 가도 국회의원 및 공무원들이 서울 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국회가 이전한다고 해도 임기 4~5년인 청와대 비서 등 직원과 국회의원들이 서울 집을 팔고 세종으로 이사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울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실제 인구 이동 효과는 작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은 못 잡고 세종시 집값만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대신 세종 주변 지역에서 세종으로 들어오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최근 1년간 큰 폭으로 오른 세종 집값이 더욱 과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실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행정수도 이전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다. 한솔동 ‘1단지 퍼스트프라임’ 전용 119㎡는 지난 4일 8억25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이날 호가가 8억9000만원까지 급등했다.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 전용 59㎡도 12일 5억9800만원으로 신고가를 쓴 뒤 현재 호가가 6억2500만~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해법”

대출과 세금 규제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고, 추가 공급을 하려니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서울 집중 완화’를 내세워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부동산 민심 달래기용 발언’ ‘부동산 실패 모면용 카드’ 등의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완성론’을 부동산 문제 해결과 연관 지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교수는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행정수도 이전은 실효성도 없고 국가적으로 큰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은 서울 공급으로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교수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단기간 내에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외면해선 안 된다”며 “2~3년 뒤 새 아파트가 충분하게 공급되면 주택가격도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최진석/임도원/장현주/신연수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