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관장 채용비리 의혹…"면접내용 사전유출·답변 지도"

내부 관계자들이 당시 메신저 대화내용 입수…당사자들 "전에는 모르던 사이" 의혹 부인
서울시 "조사계획 세우는 중…사실로 드러나면 고발 등 규정 따라 처리"
서울의 한 장애인복지관이 관장을 새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사전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구로구의 한 사립 장애인복지관은 지난해 11월 관장 정년퇴임을 앞두고 후임 관장 선발 공고를 냈다.

당시 해당 복지관 사무국장 등 4명이 지원했으나 법인은 "적임자가 없다"며 선발하지 않았다.

이후 관장은 퇴임했고, 복지관은 올해 1월 다시 채용 공고를 냈다. 7명이 지원해 3명이 면접을 치렀고, 이 과정을 거쳐 경기지역 모 자치단체 출신 퇴직공무원 A씨가 관장으로 채용됐다.

그런데 A씨 채용 과정에서 복지관 법인이사 B씨가 A씨에게 미리 면접 질문 내용을 알려주고 답변 방향을 안내하는 등 채용비리가 있었다고 복지관 내부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내부 관계자들이 확보한 A씨와 B씨의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A씨는 면접심사를 4일 앞둔 지난 1월 18일 자신이 면접 때 발표할 복지관 운영계획서를 채용 평가위원인 B씨에게 보냈다. 계획서를 받은 B씨는 A씨에게 "(계획서를) 그대로 제출하되 법인과 복지관의 관계성 단락에서 보고체계 강화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번 점검해 제출하라"고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면접 형식은 요약해서 보내주겠다"라고도 했다.

면접을 하루 앞둔 1월 21일에는 B씨가 먼저 A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복지관과) 법인과의 향후 관계설정, 직원관리, 사업확대 등에 대해 질문할 예정"이라며 면접 내용을 미리 알려줬다. 면접 다음 날 복지관으로부터 채용 통보를 받은 A씨는 B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사님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이다.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보한 내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서울시 감사실에 채용비리 정황을 전달했다.

해당 복지관은 매년 서울시로부터 인건비를 포함한 보조금을 받고 있어 서울시 감사 대상이다.

B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A씨와는 면접 이전에는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이였다"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관장으로 재직 중인 A씨도 "B씨는 입사 후에 알게 됐다"며 "관장 채용에 지원하게 된 것도 공무원 퇴직 이후 온라인 등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지원하게 된 것으로, 누구에게 자리를 사전에 추천받거나 소개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채용비리 여부를 밝히기 위해 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수사기관 고발 등 처리 규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부 제보자들도 "서울시 조사 추이를 지켜보고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