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오늘 2차 회동…차세대 모빌리티 '깜짝발표' 나올까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악수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회동한 데 이어 21일 두 달여만에 다시 만난다. 이날 2차 회동에선 전기차 사업을 비롯해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양사 주요 경영진은 이날 경기도 화성 소재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두 번째 회동을 갖는다. 이번 회동은 정 부회장이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난 데 대한 답방 차원이다.지난 회동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주로 삼성SDI가 개발 중인 전기차 배터리 종류의 하나이자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물었다. 이번 회동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가 개발 중인 전기차의 지향점을 이 부회장에게 설명하고 상호간 협력을 위한 요구사항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부품 업체들과 협력 필수적인 현대차

이날 양사 총수는 '미래차 비전'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부응하고, 전기차 업계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미국 테슬라에 맞서기 위해선 배터리를 포함해 첨단 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다. 정 부회장이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잇달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어떤 기술과 비전을 보여줄지를 관심사로 보고 있다. 이미 개략적인 논의가 한 차례 이뤄진 만큼 이번엔 좀더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이 오갈 가능성도 점쳐진다.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가 나오는 내년을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로 오는 2025년까지 23개 차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2025년에는 전기차를 100만대 이상 판매해 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서 '현대차그룹 미래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두 총수가 만나는 347만㎡ 규모 부지의 남양기술연구소는 현대차의 신차 및 신기술은 물론 디자인, 설계, 시험 및 평가 등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원이 총망라된 '연구개발(R&D) 심장부'로 불리는 곳이다.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카, 내연기관 자동차까지 이곳에서 개발된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등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의 본산도 남양연구소다.

때문에 정 수석부회장이 이날 전기차용 배터리 협력 논의 뿐만 아니라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함께할 동반자로 이 부회장에게 손을 내밀 가능성도 점쳐진다.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은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허브(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미래 도시다. 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려면 IT(정보통신)과 소재, 배터리 분야, 자율주행 기술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배터리 기술력 갖춘 삼성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800㎞에 이르는 전고체전지 기술이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차의 그림에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배터리로 기존 리튬이온전지와 비교해 대용량을 구현하고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중심 전장부품을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정하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주엔 이 부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직접 찾아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시장 선점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MLCC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17년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전문업체인 하만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2018년엔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 출시를 시작으로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자율주행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하드웨어(HW)3'에 엑시노스 칩을 공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힘을 쏟고 있는 통신과 인공지능(AI) 사업도 미래차 비전에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통신 기술로 꼽히는 6세대 통신(6G) 비전을 공개했다. 이르면 2028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6G는 최대 전송속도는 1000기가비피에스(Gbps)에 무선 지연시간은 1000마이크로초(μsec·100만분의 1초) 수준이다. 5G 대비 속도는 50배 빨라지고 지연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총수 중 처음으로 남양연구소 초청…"테슬라 독주 막아라"

현대차는 이번에 이 부회장을 남양연구소로 초청하면서 재계 총수 중에선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문을 연 인사가 됐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많이 다녀갔지만 재계 총수가 공식적으로 남양연구소에 초대된 사례는 없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주 청와대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연합뉴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가 주도하고 있는 배터리 시장 판도를 뒤집기 위해 중국 CATL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테슬라는 배터리 자체 생산을 계획 중이다. 또 경쟁 업체를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통해 향후 전기차시장을 독점한다는 전략이다.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와의 시너지를 통해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계획이다.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이르면 오는 9월 프로젝트명 '로드러너'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청사진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에 기가팩토리의 30배 생산 능력을 갖춘 '테라팩토리' 건설도 검토 중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지난해 36만대를 판매한 테슬라의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10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난다. 특히 테슬라가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며, 한국이 유력한 국가로 검토되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