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도움 더 필요한데도"…정작 선진국 대외원조 급감

1~5월 선진국 원조액 169억달러…작년보다 70억달러↓
구호단체 20여곳, 지난달 미 정부에 조속 지원 촉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인구가 늘었으나 정작 선진국의 대외원조 규모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 소재한 빈곤 근절을 위한 국제 조직인 '개발 이니셔티브(Development Initiative·DI)의 분석에 따르면 올 1~5월 선진국이 약속한 원조 규모는 169억달러(한화 약 20조1천752억원)로, 작년 동기의 239억달러(28조5천27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이 사전 입수한 이같은 분석 결과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기관,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소위 국제원조 분야의 '큰 손'으로 불리는 국가의 자료를 토대로 산출됐다.

DI는 특히 영국을 포함한 일부 원조국의 원조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들 국가 역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으면서 그 여파가 다른 곳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분석 자료가 각국의 원조 '약속'을 보여줄 뿐 실제로 이를 이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구호 현장의 현실은 더욱 열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요청한 9억6천500만달러 가운데 19%의 기금만 들어왔다며 이동 제한으로 어려움에 처한 국가에 대한 지원이 수주 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20여곳의 국제 구호단체는 미 정부에 서한을 보내 미 정부가 약속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이행되지 않는다며 조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지난 5월 영국의 국제 구호 분야 비정부기구 모임에 속한 92개 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영국 국제개발부로부터 새로운 기금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16%에 그쳤다.

아무런 추가 자금도 받지 못했다고 답한 곳은 41%에 이르렀다.

관련 단체들은 선진국 정부의 자금 지원이 늦어지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상황 악화를 막을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며 우려했다. 국제 구호단체 '케어'(CARE)의 로잘린드 크라우더 남수단 지국장은 "상황이 악화하는데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일부 기부자는 원래의 약속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DI는 각국 정부가 자국 상황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점에서 이런 대외 원조 감소가 몇달간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DI는 최악의 경우 2019~2021년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과 복지를 위한 원조 감소 규모가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