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범의 별 헤는 밤] 혜성처럼 나타난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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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며칠 혜성 관측을 하고, 금요일에는 조금 일찍 퇴근해 아내와 함께 다시 보현산 천문대로 올라가 자정까지 혜성을 봤다. 오래전 헤일-밥 혜성이 한 달 이상 덩그러니 떠 있을 때 아내와 같이 못 했던 아쉬움에 이번엔 마음먹고 같이 봤다. 어두워지자 카메라를 통해 환하게 갈라져 나타난 혜성에 감탄할 새도 없이 혜성의 모습이 뿌옇게 맨눈에 들어왔다. 발아래로는 여름 날씨답게 낮은 구름이 골짜기를 가득 채우고, 그 아래 마을 불빛이 구름을 통해 스며 나오는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선경이 있다면 그런 모습일 것이다.
토요일인 다음날 아침에 내려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비가 올 거라는 예보와 달리 하늘이 점점 맑아져 급하게 다시 천문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혜성을 확인하고 막 한 장을 찍고 나니 안개가 몰려왔다. 미련이 남아 잠시 기다렸지만 결국 포기하고 내려오니 옅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었다. 보현산 천문대 입구 주차장에 차량이 잔뜩 모여 있었는데 몰려온 안개에 모두 하산하느라 한밤중에 산길이 붐볐다. 천문대에서 집까지 출퇴근 시간이 각각 1시간20여 분 걸리는 거리라 주말에는 좀처럼 천문대에 가지 않는데, 1997년 헤일-밥 혜성을 본 이후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혜성이라 이런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니오와이즈 혜성은 하필 장마철에 찾아와 전 세계적으로 멋진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왔지만 우리나라는 날씨가 좋지 않아 천문대에서 발만 구르다 7월 9일 새벽에 구름 사이로 위치만 겨우 확인했다. 그날 다른 연구원 한 명은 대전에서 멀리 태백까지 달려가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혜성 사진을 담아왔는데 상상 이상으로 밝고 멋있었다.보현산 천문대에서는 15일 저녁에 처음으로 날씨가 맑아 혜성을 볼 수 있었다. 그날도 해가 지고 난 후 안개가 잔뜩 껴서 별이 전혀 안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안개가 잠깐 걷힌 사이 구름이 거의 없는 하늘이 보여서, 천문대에서 오랫동안 관측한 경험으로 어쩌면 시간이 흘러 기온이 조금 떨어져 안개가 산 아래로 내려가 시야가 깨끗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한 주, 날씨가 맑은 날이면 천문대에 찾아온 사람들이 혜성을 찾느라 요란했다. 사실 맨눈으로 보인다지만 쉽게 볼 수는 없다. 일단 주변이 어두워야 하고, 자신의 눈도 어둠에 적응해야 혜성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너무 밝은 손전등이나 차량의 불빛은 혜성의 육안 관측에 아주 안 좋다. 그래도 휴대폰 카메라를 고정 장치에 설치해 초점을 수동으로 맞추고 감도는 최대로 높인 후 5초에서 30초까지, 가능한 긴 노출 시간으로 북서쪽 북두칠성 아래쪽과 지표의 풍경이 들어오도록 하면 맨눈으로는 안 보이는 혜성도 쉽게 찍을 수 있다. 쌍안경이 있으면 하늘이 어지간히 밝은 곳에서도 쉽게, 그리고 멋지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 삼각대가 있다면 쌍안경도 테이프로 고정하거나 재주껏 고정해 혜성을 찾으면 훨씬 좋을 것이다.이 더운 여름에 모두가 부디 한 번쯤 혜성을 보는 행운을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토요일인 다음날 아침에 내려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비가 올 거라는 예보와 달리 하늘이 점점 맑아져 급하게 다시 천문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혜성을 확인하고 막 한 장을 찍고 나니 안개가 몰려왔다. 미련이 남아 잠시 기다렸지만 결국 포기하고 내려오니 옅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었다. 보현산 천문대 입구 주차장에 차량이 잔뜩 모여 있었는데 몰려온 안개에 모두 하산하느라 한밤중에 산길이 붐볐다. 천문대에서 집까지 출퇴근 시간이 각각 1시간20여 분 걸리는 거리라 주말에는 좀처럼 천문대에 가지 않는데, 1997년 헤일-밥 혜성을 본 이후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혜성이라 이런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맨눈 관측한 니오와이즈 혜성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혜성이 나타나 맨눈으로 볼 수 있다거나, 심지어 낮에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는데 모두 실망만 안겼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니오와이즈, C/2020 F3(NEOWISE) 혜성은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지난 7월 3일 태양에 아주 가깝게 근접할 때만 해도 혹시 또 부서질까 걱정했으나 무사히 돌아 나와 갑자기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밝게 빛을 냈다. 그러고 보면 헤일-밥 혜성도 태양을 돌아 나온 뒤 훨씬 밝게 빛을 냈고, 그 1년 전의 하쿠타케 혜성도 그랬다. 처음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혜성이 태양을 돌아 나오면서 많은 에너지를 받아 중심부의 핵이 팽창해 맨눈으로 보일 정도로 밝아지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여겨져 ‘혜성처럼 나타났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니오와이즈 혜성은 하필 장마철에 찾아와 전 세계적으로 멋진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왔지만 우리나라는 날씨가 좋지 않아 천문대에서 발만 구르다 7월 9일 새벽에 구름 사이로 위치만 겨우 확인했다. 그날 다른 연구원 한 명은 대전에서 멀리 태백까지 달려가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완전한 혜성 사진을 담아왔는데 상상 이상으로 밝고 멋있었다.보현산 천문대에서는 15일 저녁에 처음으로 날씨가 맑아 혜성을 볼 수 있었다. 그날도 해가 지고 난 후 안개가 잔뜩 껴서 별이 전혀 안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안개가 잠깐 걷힌 사이 구름이 거의 없는 하늘이 보여서, 천문대에서 오랫동안 관측한 경험으로 어쩌면 시간이 흘러 기온이 조금 떨어져 안개가 산 아래로 내려가 시야가 깨끗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휴대폰 카메라로도 혜성 촬영 가능
추적이 되는 작은 망원경에 카메라를 설치해 잠깐 보인 하늘의 별에 초점을 맞춰 무작정 노출을 시작한 뒤 한참 다른 일에 몰두하다 고개를 드니 돔 밖에 별이 초롱초롱했다. 얼른 나와 보니 남쪽 하늘의 전갈자리가 선명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촬영 중이던 카메라를 확인해 보니 혜성이 상상 이상으로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추적용 망원경에 얹은 카메라 위치를 다시 맞춰 자동으로 반복해서 사진이 찍히도록 해 두고, 두 대를 더 삼각대에 얹어서 혜성과 어우러진 풍경 좋은 장소에 설치해 역시 자동으로 반복 촬영했다. 헤일-밥 혜성에 비할 바는 못 됐지만, 맨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혜성의 위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지난 한 주, 날씨가 맑은 날이면 천문대에 찾아온 사람들이 혜성을 찾느라 요란했다. 사실 맨눈으로 보인다지만 쉽게 볼 수는 없다. 일단 주변이 어두워야 하고, 자신의 눈도 어둠에 적응해야 혜성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너무 밝은 손전등이나 차량의 불빛은 혜성의 육안 관측에 아주 안 좋다. 그래도 휴대폰 카메라를 고정 장치에 설치해 초점을 수동으로 맞추고 감도는 최대로 높인 후 5초에서 30초까지, 가능한 긴 노출 시간으로 북서쪽 북두칠성 아래쪽과 지표의 풍경이 들어오도록 하면 맨눈으로는 안 보이는 혜성도 쉽게 찍을 수 있다. 쌍안경이 있으면 하늘이 어지간히 밝은 곳에서도 쉽게, 그리고 멋지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 삼각대가 있다면 쌍안경도 테이프로 고정하거나 재주껏 고정해 혜성을 찾으면 훨씬 좋을 것이다.이 더운 여름에 모두가 부디 한 번쯤 혜성을 보는 행운을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