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펀드로 번 돈 5000만원까지는 세금 면제…장기투자 혜택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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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세법 개정안 - 주식·펀드 공제 확대
"개인 투자자 의욕 꺾지 말아야"
문 대통령 한마디에 개편안 수정
투자 손실 땐 5년간 이월공제
증권거래세 유지 입장 고수
장기적으론 稅부담 늘어 증시 위축
“보완하라” 지시에 내용 대폭 변경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금융투자소득 과세 때 적용하는 기본공제 기준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것이다. 정부는 이로 인해 과세 대상 주식투자자는 상위 5%(30만 명)에서 2.5%(15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본공제 제도를 도입해 일부 비과세가 되는 대상도 상장주식에서 상장주식과 공모형 펀드로 확대됐다. 주식 양도소득 과세 도입 및 채권·파생상품과 펀드 내 상장주식에 양도소득을 과세하는 시기는 2023년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미뤘다.
증권거래세를 0.02%포인트 인하하는 시점은 2022년에서 2021년으로 앞당겨진다. 2차 인하(0.08%포인트) 시기는 기존 계획인 2023년을 유지했다.손익통산 이월공제 기한은 기존에 적용하기로 한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연간 기준으로 손실을 보면 이후 5년간 손익통산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매달 걷으면 투자자들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월별 원천징수 방침은 반기별 원천징수로 변경됐다.
이 같은 개편으로 초안과 비교하면 향후 5년간 9000억원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로 1조5000억원가량이 걷히지만, 증권거래세율을 예정보다 앞당겨 내리면서 2조4000억원의 손실이 난다는 계산이다.
“양도세 도입 땐 거래세 폐지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안도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기투자자 혜택은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해외 선진국 중에서는 장기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사례가 많다. 미국은 매입 후 1년 이상 지나 매각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선 저율로 분리과세한다. 세율은 개인 소득 규모에 따라 0%, 15%, 20%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고액 장기 투자자가 누진세를 적용받는 역차별을 막기 위해 투자 기간에 관계없이 단일세율을 적용한다.정부가 여전히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안보다는 완화됐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투자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 국내 증시 위축이 우려된다”며 “양도소득세를 걷기로 한 만큼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납세자연맹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주식 양도차익 기본공제 금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은 근로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비교해 과도한 혜택”이라며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으로 보면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현재 20%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손실액을 이월공제해주는 기간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처럼 ‘무제한’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