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공방에 폭로전 했던 제주·이스타…이젠 법정싸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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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계약 보증금·대여금 반환 검토…이스타는 "모든 조치 강구하겠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 지 7개월여만인 23일 '노딜'(인수 무산)을 선언하고 등을 돌리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양사가 그동안 인수·합병(M&A) 진행 과정에서 셧다운 지시 여부와 선결 조건 이행 여부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의 골이 깊었던 만큼 향후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이미 각각 법률 자문을 맡긴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을 통해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 등을 놓고 법리 검토를 해 왔다.
제주항공이 선지급한 이행보증금 119억5천만원과 대여금 100억원의 반환,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천700억원 발생과 이를 유발한 셧다운 등에 대한 책임 소재, 선결 조건 이행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제주항공은 "자금난을 겪던 이스타항공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0억원을 저리(1.3%)로 대여했고, 계약 보증금 119억5천만원 중 100억원을 이스타항공 전환사채로 투입하는 데 동의했다"며 인수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스타항공이 선행 조건을 완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제주항공은 이날 공시에서도 "진술 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계약 해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타항공에 있다는 취지다.반면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고 오히려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 당초 계약서상에 명시됐던 사항은 모두 해결했고, 미지급금 해소는 선결 조건이 아닌 만큼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계약 해지 사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향후 계약 보증금과 대여금 반환 소송, 계약 이행 청구 소송 등이 제기되며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당장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이행을 촉구하며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피해도 계약 해지 책임 소재를 가르는 데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제주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 체불임금 해소 책임 등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또다시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모두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돌입하며 경영난이 한층 악화했다.
매출이 '0원'인 반면 항공사 특성상 리스료 등 고정비가 큰 탓에 미지급금이 1천700억원 이상 쌓였다.
직원들의 임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체불임금만 250억원이 넘는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셧다운 지시로 사태가 악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판단이었다고 선을 그어 책임 공방이 거세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자체 입수한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내용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 양사의 갈등은 더욱더 깊어졌다.
녹취 파일에서 이 대표는 셧다운을 우려하는 최 대표에게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이에 그동안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날을 세우던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타깃을 변경,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그룹을 규탄하는 결의대회와 기자회견 등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셧다운을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녹취 파일 공개 등에 대해서는 향후 양측이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 위반 등을 놓고 다툴 소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녹취 파일 공개 등이 이어지며 폭로전으로 번진 것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이 의원 측이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분 헌납을 발표하고,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 압박용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 점 등도 갈등의 원인이 됐다.
제주항공은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주식 매입 자금 출처 의혹 등을 문제 삼고 나서기도 했다.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의혹으로 지분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도 향후 소송전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다만 법정 공방을 떠나 이번 인수 무산으로 이스타항공이 사실상 폐업 위기에 처하고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제주항공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 지 7개월여만인 23일 '노딜'(인수 무산)을 선언하고 등을 돌리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이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양사가 그동안 인수·합병(M&A) 진행 과정에서 셧다운 지시 여부와 선결 조건 이행 여부 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의 골이 깊었던 만큼 향후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이미 각각 법률 자문을 맡긴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을 통해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 등을 놓고 법리 검토를 해 왔다.
제주항공이 선지급한 이행보증금 119억5천만원과 대여금 100억원의 반환,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천700억원 발생과 이를 유발한 셧다운 등에 대한 책임 소재, 선결 조건 이행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제주항공은 "자금난을 겪던 이스타항공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0억원을 저리(1.3%)로 대여했고, 계약 보증금 119억5천만원 중 100억원을 이스타항공 전환사채로 투입하는 데 동의했다"며 인수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이스타항공이 선행 조건을 완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제주항공은 이날 공시에서도 "진술 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계약 해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타항공에 있다는 취지다.반면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상의 선행조건은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고 오히려 제주항공이 주식매매계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 당초 계약서상에 명시됐던 사항은 모두 해결했고, 미지급금 해소는 선결 조건이 아닌 만큼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계약 해지 사유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양측의 입장차가 큰 만큼 향후 계약 보증금과 대여금 반환 소송, 계약 이행 청구 소송 등이 제기되며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당장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주식매매계약 이행을 촉구하며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피해도 계약 해지 책임 소재를 가르는 데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제주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 체불임금 해소 책임 등을 놓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또다시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모두 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돌입하며 경영난이 한층 악화했다.
매출이 '0원'인 반면 항공사 특성상 리스료 등 고정비가 큰 탓에 미지급금이 1천700억원 이상 쌓였다.
직원들의 임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해 체불임금만 250억원이 넘는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셧다운 지시로 사태가 악화했다고 주장했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판단이었다고 선을 그어 책임 공방이 거세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자체 입수한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의 통화 내용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 양사의 갈등은 더욱더 깊어졌다.
녹취 파일에서 이 대표는 셧다운을 우려하는 최 대표에게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이에 그동안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날을 세우던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타깃을 변경,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그룹을 규탄하는 결의대회와 기자회견 등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셧다운을 요구하거나 강제한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녹취 파일 공개 등에 대해서는 향후 양측이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 위반 등을 놓고 다툴 소지가 있다.
일각에서는 녹취 파일 공개 등이 이어지며 폭로전으로 번진 것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결정짓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이 의원 측이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분 헌납을 발표하고,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 압박용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 점 등도 갈등의 원인이 됐다.
제주항공은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주식 매입 자금 출처 의혹 등을 문제 삼고 나서기도 했다.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의혹으로 지분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도 향후 소송전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다만 법정 공방을 떠나 이번 인수 무산으로 이스타항공이 사실상 폐업 위기에 처하고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제주항공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